'구암 허준'-'컬투의 베란다쇼' 첫방, MBC의 편성 실험은 통할까?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03-19 16:07 | 최종수정 2013-03-20 08:45


MBC가 편성 실험을 시작했다. 오후 9시대 일일사극 '구암 허준'과 교양 프로그램 '컬투의 베란다쇼'가 마침내 18일 베일을 벗었다. 두 프로그램은 평일 오후 9시대를 양분하며 띠 편성됐다. '구암 허준'은 오후 8시 50분, '컬투의 베란다쇼'는 오후 9시 25분에 방송된다. 이례적인 파격 편성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컸지만, 첫 방송 이후 방송가 안팎에선 '안도'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이날 '구암 허준'은 전국 시청률 6.7%(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한 배우 측 관계자는 "오후 9시대에 일일극이 낯설다 보니 시청층을 많이 끌어들이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는 성적도 나쁘지 않고 반응도 좋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허준의 일대기가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건 '구암 허준'이 벌써 다섯번째다. 지난 1975년 일일극 '집념'(143부작)을 시작으로 이듬해 이순재 주연의 동명 영화가 제작됐고, 이후 1991년 '동의보감'(14부작), 1999년 '허준'(64부작)으로 방영됐다. '구암 허준'은 전작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허준의 어린 시절을 다뤘다. 첫 방송에서는 어린 허준(강한별)이 서자 출신이어서 천대받는 현실을 촘촘한 전개로 그려내며 극의 완성도와 흡인력을 높였다. 35분이란 시간적 한계를 맛깔나게 요리한 제작진의 연출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역시 걱정스러운 건, 안방극장의 시청 패턴이다. 오후 9시대에 일일극을 본다는 것, 더구나 그 일일극이 사극이라는 사실을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동시간대에 시청률 20%를 크게 웃도는 KBS '9시 뉴스'를 필두로 여러 예능-교양 프로그램이 시청률 10% 안팎에서 순항하고 있기 때문에 시청층 공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방송되는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 시청층이 '구암 허준'으로 유입될지도 미지수. '구암 허준'과 약 30분 간격으로 오후 10시대에 또 한편의 사극이 맞붙어 있다는 점도 시청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사진제공=MBC
'컬투의 베란다쇼' 역시 장단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첫 방송이었다. 시청률은 4.8%. '구암 허준'과 10시대 드라마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브리지 역할을 위해 신설됐지만 신선한 교양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엿보였다. 일본 대마도의 한 사찰에서 도난된 뒤 국내에서 찾은 불상 2점이 고려시대와 통일신라시대 문화재로 밝혀진 사건을 놓고, 이들 문화재가 반출된 경위를 추적하면서 문화재 반환문제를 다뤘다. 특유의 입담으로 프로그램을 이끈 컬투와 전문가로 출연한 서경덕 교수의 역할 분담이 조화를 이룬 덕분에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기엔 방송 시간 35분이 다소 짧게 느껴져 겉핥기라는 인상을 지우지 못했다. 주5일 내내 신선한 시사 소재를 발굴하는 것도 제작진에게 쉽지 않은 과제일 듯하다.

아직은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이 두 프로그램이 이끄는 MBC의 편성 실험이 성과를 낸다면 방송가에 상당한 여파를 미칠 가능성도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시청률 분포가 비교적 고정적인 오후 9시대를 MBC가 뒤흔든다면, KBS나 SBS도 편성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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