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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드라마 '돈의 화신' 14회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간과했다. 바로 엔딩장면에서 권재규(이기영)의 블랙박스를 확인한 후, 이차돈(강지환)이 지었던 복합적이고 의미심장한 미소다. 과연 이차돈이 지었던 미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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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령은 이차돈조차 예상 못한 반전의 인물이었다. 블랙박스 영상을 다 본 후, 이차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회심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촉이 남다른 이차돈조차 황장식을 죽인 범인으로 은비령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유는 그가 아는 은비령이란 여자는 황장식을 죽일만한 위인이 못된다는 확신을 동반한다. 그렇다면 당초 이차돈의 예상이 빗나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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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차돈이 행하고자 하는 복수, '신의 법'도 보다 명확하게 그려진다. 이차돈은 '신'을 거론했다. 신은 모든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신은 자연의 법칙을 만들었다. 자연의 법칙은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권선징악도 마찬가지다. '법'의 힘을 악용한 권재규, '돈(자본)'의 힘을 악용한 은비령, '언론'의 힘을 악용한 고호에게, 이차돈이 내릴 수 있는 형벌이란, 법으로 권재규의 죄를, 돈으로 은비영의 죄를, 언론을 통해 고호의 죄를 묻고 무서운 대가를 치루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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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으로 자정작용을 하는 자연의 법칙처럼, 부패로 상징되는 '권재규-은비령-고호'가 자신들이 악용한 '법-돈-언론'에 의해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야 말로, 신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며, 권선징악을 관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14회 초반에 이차돈은 황해신용금고 건으로 은비령에게 접근했다. 이차돈은 복화술(김수미)의 도움을 부탁했고, 은비령을 파탄내고 황해신용금고를 복화술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돈'으로 은비령의 죄를 물으려 했다. 반면 이차돈은 권재규에게는 전지후검사를 통해 '법'으로 심판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차돈이 고호의 약점을 찾아 언론, 미디어로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차돈이 지세광은 어떻게 벌할 것인가. 그것이 가장 궁금한 대목이다. 이차돈의 정의와 지세광의 정의가 맞붙는 외나무다리. 지세광의 '정의'가 틀렸음을 증명해야 하는 복수. 이차돈도 지세광과 같은 방법을 택할까. 아니면 복수가 아닌 용서? 가장 유력한 건, 지세광이 함께 정의를 실현했다고 믿었던 그들의 동료를, 지세광의 손으로 직접 제거하게 만드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것은 지세광 스스로 말한 '정의'에 모순을 낳기 때문이다. 지세광의 정의가 나쁜(이중만) 놈을 벌하는 게 아닌, 정의를 집행한 동료(지세광일당)를 벌하는 모순.
신은 모든 죄를 알고 있다. 하지만 신은 직접 죄를 집행하지 않는다. 이차돈은 지세광 일당의 모든 죄를 알고 있다. 하지만 돈의 '화신' 이차돈이 만일 신의 법을 따른다면, 그가 직접 죄를 집행하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차돈이 말한 '정의'는 자연의 법칙을 쫓을 뿐이다. 자신이 행한 '죄'는 필연적으로 '벌'로 돌아오는 것. 이차돈은 그 과정을 '신'의 눈으로 지켜보는 것. 물론 이차돈은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잦은 위험을, 상처를, 고뇌와 갈등을 극복해야 겠지만.<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 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