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영화계에서 제일 바쁜 사람은 뉴(NEW)의 김우택 대표다. 뉴의 투자배급작인 '7번방의 선물'이 1200만 고지를 넘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에 오를 기세다. 17일까지 총 관객 동원수는 1248만5458명. 1위인 '괴물'의 1301만9740명을 턱 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더불어 '신세계'까지 4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면서, 뉴는 지난해와는 180도 달라진 위상을 자랑하게 됐다. 기존 메이저 배급 질서를 뒤흔든 뉴의 거침없는 행보, 충무로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급부상한 이들의 성공은 과연 2013년 충무로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까.
|
|
뉴의 대표적인 초기 흥행작으로 거론되는 '부러진 화살'이 바로 그 예다. 사실 기획 단계에서 '부러진 화살'의 흥행 대박을 점친 이는 거의 없을 터. 정치적인 사안을 다루고 있을 뿐더러 메가폰을 잡은 정지영 감독, 주연 배우인 안성기 등 소위 젊은 관객을 끌어당길 흥행 카드는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 4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연말 청룡영화상에선 감독상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이어 하반기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를 함께 하면서 청룡영화상을 비롯해 국내외 내로라하는 영화제를 휩쓸었다. 이처럼 흥행뿐 아니라 좋은 영화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뉴는 명실상부 충무로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떠올랐다.
반면 절대 강자인 CJ E&M은 될 것 같은 작품에 투자해 '적당히' 벌었다. '7번방의 선물'과 비슷한 시기에 맞붙은 '베를린'은 순수제작비만 100억원이 들어간 대작. 류승범 하정우 한석규 전지현 등 톱스타들을 내세워 17일까지 714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를 놓고 충무로의 한 관계자는 "물론 '베를린'의 결과는 관객 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CJ 같은 대기업이 있기에 그런 블록버스터가 만들어 질 수 있고, 이를 통해 한국영화산업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며 "그러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선 뉴의 성공이 더욱 드라마틱하게 보여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
극장 단관 시대가 막을 내린 뒤 국내 배급시장은 이른바 메이저 3사가 장악해왔다.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미디어플렉스가 바로 그들이다. 이 3사는 여러모로 공통점이 있다. 출발 당시 CJ그룹, 롯데그룹, 오리온 등 '모기업'을 등에 업고, 막강 자본력을 보여줬다. 더불어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라는 극장 망까지 갖추면서 이른바 '수직계열화'에 성공, 절대적인 아성을 쌓아왔다. 따라서 자본력은 물론 자체 배급망도 갖추지 못한 뉴가 거둔 성과는 이런 구도에서 생긴 첫 변화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사실 그간 충무로에서 배급파워는 영화 흥행 성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다. 아무리 영화가 좋아도, 입소문이 나기도 전에 상영관이 축소되면 흥행 성적은 결코 좋을 수가 없다. 관객들의 평가를 제대로 받아보기도 전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것. 지난해 민병훈 감독이 대기업 교차상영에 항의하면서 영화 '터치'를 자진 극장에서 철수시킨 게 대표적인 예. 당시 '터치'는 시사회 등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개봉 초기부터 교차상영되는 설움을 겪어야 했다.
하물며 뉴도 지난 해 말 멜로 영화 '반창꼬'를 개봉하면서 초기 스크린을 잡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
이 새로운, 뉴의 바람이 어디까지 갈까. 정도 차이는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판도를 뒤집을 만한 강풍을 빚어낼 것"이라는데는 대체로 뜻을 같이 한다.
물론 CJ 등 기존 3강 투자 배급사들의 자금력과 시스템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영화는 제작-유통 과정이 어느 정도 단일하게 통제될 수 있는 공산품이 아니다. 개봉되기 까지 수만개의 변수가 작용한다. 여기에 소위 순풍이든 역풍이든, 바람을 타게 된다면 그 결과는 통제 불가능 상태가 된다.
영화 투자도 마찬가지. 한번 바람을 타는 곳에 뭉칫돈이 몰리게 마련이다. 특히 투자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스타'가 존재한다면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조성하는 일이 더욱 쉬워진다. 김우택 대표가 바로 뉴에 있어 그 카드다. 이미 쇼박스 시절부터 '웰컴 투 동막골' 등으로 주목 받았으며, 근 1년간 완벽한 흥행 성적표를 만들어낸 1등공신으로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충무로 3강을 꺾었다' '아웃사이더들의 대반란'이란 극찬들이 더해지면서, 뉴는 소위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와우 팩터(wow factor)' 측면에서 아주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 또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올리는데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뉴가 IPO(기업 공개)를 하게 된다면 그 여파는 일파만파가 될 게 뻔하다. 기존 영화산업계의 구도를 다시 짜는데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뉴가 내년에는 IPO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뉴는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음악(MUSIC & NEW)과 뮤지컬(SHOW & NEW) 분야 진출이 그것. 영화 투자 배급을 기반으로 뮤지컬 및 음악 콘텐츠로 회사의 수익을 다각화 하겠다는 의도이다.
충무로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들어 수직계열화 논란 속에서 대기업 관련 투자사들이 여러모로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활동 폭을 조정할 수 밖에 없다"며 "이 가운데 새로운 흥행 축으로 떠오른 뉴는 올 한해 거침없이 활동 폭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