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이 대체 뭐길래 이렇게 인기일까?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03-18 16:20 | 최종수정 2013-03-19 08:24


사진캡처=MBC

"찹찹찹…."

음식을 먹는 소리마저 어쩌면 저렇게 맛깔스러운지. 작은 입에 한가득 음식을 넣고 오물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입가에 절로 군침이 돈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에 출연 중인 여덟살 윤후 얘기다.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는 '먹방계의 샛별'이라 불리며 시청자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지렁이 모양 젤리를 입에 넣고, 자기 얼굴만한 햄버거도 뚝딱 해치운다. 앞니가 빠져서 어금니로 면발을 끊어 먹는 모습은 또 어떤가. 윤후가 특히 좋아하는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는 방송이 나간 직후 약 2주 동안 출고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87%와 50%가 늘었고, 윤후와 김성주의 아들 김민국은 이 라면 업체의 CF 모델로 발탁됐다. 윤후가 삶은 달걀을 호호 불면서 먹는 모습을 보고 '오랜만에 삶은 달걀을 먹었다'는 글도 SNS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윤후로 인해 먹방 열풍이 뜨거워졌지만 그보다 앞서 먹방의 원조는 하정우다. 음식을 깨작깨작 먹었는데도 맛있게 먹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영화 '베를린'의 한 장면이 편집됐을 정도. '황해'의 핫바와 컵라면,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탕수육과 크림빵 장면은 단연 최고의 먹방으로 꼽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낯설었던 '먹방'이란 단어는 '먹는 방송'의 줄임말로, 인터넷 개인방송인 아프리카TV의 진행자 BJ(Broadcasting Jocky)들이 컴퓨터 카메라 앞에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거나 직접 음식을 요리해 먹는 장면을 생중계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이후 이 '먹방'은 하정우와 윤후 같은 유명인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장면에 수식어로 쓰이면서 인터넷을 넘어서 대중문화의 전면에 등장하게 됐다. SNS 등을 통해 '먹방 동영상'과 '먹방 캡처사진' 등이 빠르게 퍼져나간 것도 먹방 열풍을 부채질했다.

이제 먹방은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다. tvN 'SNL코리아'에 출연한 이영자는 하정우의 먹방을 패러디했고, '코미디 빅리그'의 강유미는 치킨과 맥주를 갈아마시거나 청국장을 짤주머니에 넣어 짜먹는 등의 '4차원 먹방'을 선보였다. 군대 시트콤 '푸른 거탑'에서 소개된 '군(軍) 푸드'의 대표주자 '스팸 뽀글이'는 '짜파구리'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며 온라인에서 조리법이 화제가 됐다. KBS2 '해피투게더'의 '야간매점' 코너도 먹방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연예인들은 앞다퉈 먹방 사진을 SNS에 공개하고 있고, 영화 홍보나 방송 홍보를 위해서 '먹는 장면'이 활용되는 일도 많아졌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방송 관계자들은 먹을거리에 대한 높은 관심에서 먹방 열풍의 첫 번째 이유를 찾는다. 음식 자체는 물론이고 음식의 재료와 먹는 행위 모두가 중요 관심사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음식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먹방 열풍 이전부터 많았다. KBS의 '한국인의 밥상'과 '오감만족 세상은 맛있다'를 비롯해 MBC '찾아라 맛있는 TV', SBS '잘먹고 잘사는 법-시골밥상' 같은 음식 프로그램을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다. KBS '6시 내고향' '생생 정보통' 같은 저녁 교양 프로그램에서도 음식은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다. 케이블에서는 와이스타의 '식신로드'가 3년 넘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올리브 채널은 푸드채널로 특화돼 '마스터셰프 코리아' '테이스티 로드' 등의 다양한 요리-음식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종편 채널의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과 '미각스캔들'처럼 음식과 시사를 결합한 고발 프로그램도 많다. KBS2 'VJ 특공대'의 경우, 음식을 소재로 한 코너들이 방송될 때 시청률 상승 현상이 쉽게 관측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음식 자체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음식을 먹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먹방' 인기의 요인"이라며 "먹방의 주인공들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아주 잘 먹는데, 그런 모습에서 일반 대중들은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동료의식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아빠 어디가'에서 짜파구리 먹방이 처음 나왔을 때는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지만, 먹방에 PPL이나 스폰서 같은 상업성이 결합되면 순수성을 잃고 도리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캡처=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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