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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황정민이 영화 '신세계'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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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는 황정민 최민식 이정재 등 충무로 간판 배우들이 만났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알고 지냈던 형님, 동생이고 같이 작업해왔던 스태프라 신나서 촬영했다. 포스터가 나오고 큰 영화처럼 봐주셔서 기분은 좋은데, 우린 실감하지 못했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함을 갖고 있었고, 현장이 잘 돌아가서 재밌게 찍었다. 그렇게까지 앙상블이 잘 맞기가 힘든데 너무 잘 맞아서 희열을 느꼈고, 모두에게 고마웠다."
관객들의 기대가 부담이 됐던 건 사실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거 없다' 그러면 어떡하나. 그래서 부담은 됐다"는 설명. 그래도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달관의 자세'를 익혔다. "솔직히 촬영이 끝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제3자 입장에서 '내가 언제 연기를 저렇게 했지?'하고 영화를 보게된다. 이미 촬영은 끝났는데 어쩌겠나. 난 인생에서 후회할거면 하지 말든가, 아니면 할 때 열심히 하든가 둘 중 하나다. 하고나서 후회하는 건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 빨리 잊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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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는 완벽에 가깝다. 모든 출연작에서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들며 색다른 감동을 선사해왔다. 자연스럽게 관객은 황정민에게 많은 걸 기대하게 됐다. 주위의 기대, 캐릭터 변신에 따르는 부담감 등 수많은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 정신적인 힐링타임이 필요하진 않을까? "나는 배우와 배우가 아닐 때를 철저하게 구분한다. 무대나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만 배우지, 집에서 틀어박혀 있을 땐 배우가 아니다. 그런 것만 철저하게 구분하면 멘탈적으로 힘든 건 없다."
무대를 떠나면 '자연인 황정민'으로 돌아간다. "아기와 놀기도 하고, 못봤던 책이나 공연도 보고 한량처럼 논다. 아이를 좋아하는데다 잘 놀아주니 아이와 친하다. 아이와 집사람과 같이 촬영장에 같이 가기도 했다. 예전엔 절대 못오게 했다. 특히 부모님이 현장을 보고싶어 하셨는데 절대 못오게 했다. 연기에 빠져서 집중해야 하는데 케어해주지 못하니까 불편해서 그랬다. 그런데 40세 이후로는 스스로 편해지더라. 어느 순간 바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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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은 강우석 감독의 신작 '전설의 주먹'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후 차기작 촬영에 돌입할 계획이다. '신세계'와 '전설의 주먹'이 모두 남자들의 세계를 그린 작품인 만큼, 차기작은 다른 장르에 비중을 두고 있다. "'신세계'나 '전설의 주먹' 모두 얘기가 재밌었다. 그러나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하고 싶다. 우리끼리도 '우리가 다양해져야 한다. 아이스크림도 골라 먹는데 영화를 골라보는 재미를 안 주면 어떻게 하나'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나는 원래 멜로나 따뜻한 얘기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자극적이지 않은 얘기들은 흥행이 안되니까 제작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은 아쉽다."
영화와 함께 창작 뮤지컬도 준비하고 있다. "언제까지 외국에 돈을 주고 빌려와서 우리 것인냥 보여줄 순 없다. 우리나라 신화에 관심이 많아 창작물을 준비하고 있는데, 제대로 하고 싶어서 오랜 시간을 들이고 있다."
쉼없이 달리고 있지만, 스스로에 대한 고민도 많다. "스스로 예술가로서의 프라이드를 갖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잘 살아가고 있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한다. 나중에 나이가 들고, 어느 순간 영화에 출연하지 못할 순간이 올 거다. 황정민이란 배우가 없어질 수 있다. 그때 다른 사람들이 '내가 젊었을 때 황정민이란 배우가 있었는데 멋있었다'고 손자나 자녀들에게 소개해줄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