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천만영화 자축, 위험하다" 소신 발언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3-03-11 08:16


6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영화 '신세계'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배우 최민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신세계'는 경찰청 수사 기획과 강과장(최민식)이 국내 최대 범죄 조직인 '골드문'이 기업형 조직으로 그 세력이 점점 확장되자 신입경찰 이자성(이정재)에게 잠입 수사를 명령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박훈정 감독 작품으로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이 연기 대결을 펼쳤다. 21일 개봉할 예정이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충무로 간판 배우 최민식이 '신세계'로 돌아왔다.

극중 신입경찰 이자성(이정재)을 골드문에 잠입시키는 강과장 역을 맡아 장렬한 최후를 맞았던 그는 "이제는 지하 세계보단 지상으로 올라가야 겠다"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6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영화 '신세계'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배우 최민식이 활짝 웃으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영화 '신세계'는 경찰청 수사 기획과 강과장(최민식)이 국내 최대 범죄 조직인 '골드문'이 기업형 조직으로 그 세력이 점점 확장되자 신입경찰 이자성(이정재)에게 잠입 수사를 명령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박훈정 감독 작품으로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이 연기 대결을 펼쳤다. 21일 개봉할 예정이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배우는 생활인이다

'파이란', '올드보이', '주먹이 운다', '악마를 보았다',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등 작품마다 개성강한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최민식이다. '천의 얼굴'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배우로 꼽힌다. 하지만 본인은 "배우는 평소에 평범해야 스크린에서 천의 얼굴을 연기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배우는 생활인이다. 얼굴이 알려진 상태로 살아간다는 게 사실 쉬운 건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일을 못하면 안된다. 어린 후배들을 보면 연애하고 말하라고 한다. 나쁜 일도 아닌데 감추더라. 배우는 그러면 안된다. 미친듯이 사랑도 해보고 좌절도 해보고 많은 걸 경험해보는 게 좋다. 그러려면 평범해야 한다. 일 안할 때 최민식은 평범한 50대 남자다. 술 마시고 싶을 때 술 마시고, 싸우기도 한다. 옷도 전부 협찬받은 게 아니라 내 옷이다. 집사람도 '옷 좀 사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강과장은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복잡한 캐릭터다. 골드문을 와해시키겠다는 목적 하에 조직원들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한다. 그 과정에서 아끼던 부하들이 비참하게 목숨을 잃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는 "목적에 중독된 사람이다. 범죄자를 잡아 파멸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선과 악의 경계는 없다고 본다. 약간은 비정상 적이고, 일에 중독된 사람이 강과장"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신세계(감독 박훈정)'의 제작보고회가 16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렸다. 영화 '신세계'는 대한민국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에 잠입한 형사 그리고 그를 둘러 싼 경찰과 조직이라는 세 남자 사이의 음모와 의리를 다룬 범죄 드라마다. 배우 최민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숨겨진 인재 발굴해야…

대형 투자사들이 유입되면서 장르가 단순화되가고 있다.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블록버스터는 환영받고, 소소한 일상을 그린 영화들은 대부분 외면받고 개봉 2주차 정도 되면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관객은 물론 배우에게도 장르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최민식은 "풍요로운 시대다. 그런데 개봉작들을 보면 획일적인 부분도 없잖아 있다. 과거엔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지구를 지켜라' 등 다양한 색을 가진 감독이 많이 나왔다. 요즘엔 대기업 자본이 들어오면서 투자 심의가 굉장히 세졌다. 장사가 되는지 안되는지가 절대적인 기준이 됐다. 그러나 문화 상품 이란건 손해도 보는 거다"고 안타까워 했다.

실제로 '신세계' 제작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박훈정 감독의 전작 '혈투'가 평단의 극찬에도 흥행 성적이 저조해 투자사들이 눈치 싸움을 했기 때문.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 등 충무로 대표 얼굴이 총출동했음에도 벌어진 촌극이다. 최민식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나는 이런 얘기를 하고 싶다'는 게 분명했다. 이야기 구성도 재밌었다. 지금 내로라 하는 감독들이 처음부터 다 잘한 건 아니다. 믿고 기다려주고 투자하고 기회를 주면서 발전했다. 투자를 안하면 그걸로 끝이다. 숨겨진 인재들을 자꾸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신세계(감독 박훈정)'의 제작보고회가 16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렸다. 영화 '신세계'는 대한민국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에 잠입한 형사 그리고 그를 둘러 싼 경찰과 조직이라는 세 남자 사이의 음모와 의리를 다룬 범죄 드라마다. 배우 최민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천만 영화 자축, 위험하다

'신세계'는 지난 9일 300만 관객을 돌파,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는 천만 영화 대열에 오른 '범죄와의 전쟁'과 같은 속도로, 상반기 최고 기대작의 면모를 입증했다.

최민식은 "믿겨지지 않는다. '서편제' 때만 해도 100만을 넘었다고 난리가 났다. 그런데 이젠 기본이 4~500만이다. 이럴 때 잘해야 한다. 천만 영화라고 기고만장할 때가 아니다. 관객들이 멀어지지 않도록 웰메이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영화 제2의 르네상스'라고 자축하는데 좀 위험한 것 같다. 언젠가는 썰물처럼 빠져나가 거품이 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웰메이드 영화란 뭘까? '진정성'이 핵심 단어다. 그는 "상업 영화라 하더라도 전문성 있는 감독, 스태프, 배우들의 연기와 비주얼 등이 갖춰진 상태에서 진정성을 갖고 만들어야 한다. 기획만을 생각하고 트렌드를 쫓는 건 좋지 않다. 관객들로 하여금 진짜 영화의 재미를 알게 해줘야 한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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