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주말 드라마 '내 딸 서영이'가 3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9월 첫 전파를 탄 이 드라마는 약 5개월 동안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시청률 40%를 넘나들며 '국민 드라마'라는 영광스러운 애칭도 얻었다. 그런데 '내 딸 서영이'엔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이 세 가지가 없었기 때문에 시청률 고공 행진도 이어갈 수 있었다. '국민 드라마'에 없는 세 가지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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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승우는 공개석상에서 열악한 국내 드라마 촬영 여건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열린 MBC 연기대상에서 수상 소감 도중 "무대에 서고 영화만 찍다가 데뷔 후 처음으로 드라마 현장에 오게 됐는데 나는 잘 못하겠더라"며 "대본도 늦게 나오고, 밤도 새고. 빨리 이 작품을 잘 찍고 무대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밝힌 것.
시간에 쫓겨 드라마를 쪽대본으로 찍어내다 보면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드라마는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기도 힘들 터. 그런데 '내 딸 서영이'의 경우, 촬영을 진행하며 대본이 밀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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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서영이'는 주말 드라마다. 주말 드라마에선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은 미니시리즈에 비해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지게 된다. 한두 명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만 집중적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가 주인공이다. '내 딸 서영이'에서도 이보영, 이상윤, 천호진, 박해진, 박정아, 최윤영 등 다양한 배우들을 둘러싼 이야기가 펼쳐졌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다 보면 그 중 눈에 잘 띄지 않거나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되는 등장인물이 생길 수도 있을 터. 하지만 '내 딸 서영이'에선 존재감 없는 캐릭터가 없었다. 다양한 등장인물과 관계된 하나, 하나의 이야기가 모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한 명, 한 명이 높은 인기를 얻으며 향후 활동에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해외 활동에 주력하던 박해진에게 '내 딸 서영이'는 3년 만의 복귀작이었다. 복귀작에서 '대박'을 터트리면서 앞으로의 국내 활동에 탄력을 받게 된 것. 성공적인 복귀 이후 각종 드라마와 영화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 연예 관계자들의 전언. 박해진은 오는 4월 중국 현지에서 드라마 촬영에 돌입하는 등 국내외를 오가며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가수 출신인 박정아는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의 도약을 노렸다. 그동안 연기와 흥행에서 "2%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내 딸 서영이'를 통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힐 수 있게 됐다. 또 2008년 데뷔한 최윤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주연급 연기자로 발돋움했으며, 씨엔블루의 이정신과 AOA의 설현은 성공적인 연기자 신고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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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누리면 방송사 측에선 연장 방영을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내 딸 서영이'의 전작인 '넝쿨째 굴러온 당신' 역시 연장을 택했었다. 50부작으로 기획됐으나, 58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연장 방영을 통해 시청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몇 회라도 더 볼 수 있고, 방송사는 좀 더 많은 수익을 노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억지로 이야기를 늘리다 보면 스토리의 긴장감과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
'내 딸 서영이'는 연장 없이 드라마를 끝냈다. 애초 예정된 대로 3일 방송된 50회가 마지막회였다. 시청률이나 인기에 연연하기 보다는 이야기에 진정성과 드라마의 완성도에 더 큰 비중을 뒀다는 얘기다. 연출을 맡은 유현기 PD의 말에서 이런 점을 느낄 수 있다.
유 PD는 "처음 작품에 들어갔을 때 걱정을 많이 했다. 전작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워낙 좋은 작품이고 시청자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시청률적인 측면보다는 작가님이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하기를 바랐고 저 역시 진솔한 얘기를 전달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다행히 시청자들이 많이 사랑해주셔서 고맙다"라고 전했다.
한편 '내 딸 서영이'의 후속으로는 '최고다 이순신'이 오는 9일부터 방송된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뜻하지 않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된 엄마와 막내딸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아이유, 조정석, 유인나, 손태영 등이 출연한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