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고영욱은 미성년자를 간음 및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배우 박시후는 얼마 전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연예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두 사건이다. 그런데 이 사건들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연예인 지망생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란 점. 고영욱은 연예인 지망생인 미성년자를 자신의 오피스텔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시후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여성 역시 연예인 지망생이다. 연예계 사건사고에 연예인 지망생들이 이처럼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뭘까? 연예인 지망생들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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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지망생들은 온라인이나 우편을 통해 자신의 사진과 프로필을 각 기획사에 제출하곤 한다. 엉뚱한 곳에 프로필을 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연기자만 매니지먼트하는 기획사에 가수 지망생들이 "가수가 되고 싶다"며 프로필을 제출한다는 것.
각 기획사는 제출된 서류를 검토한 뒤 선별 작업을 거쳐 면접을 진행한다. 이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주면 그 회사와 계약할 수 있다. 관계자는 "그 사람의 연예인으로서의 가능성을 본다. 재능과 외적인 매력, 인성, 끈기 등이 판단 기준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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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연예인 지망생 A양'이 실제로 연예인이 될 가능성을 확률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 한 연예 관계자는 "공부를 열심히 해 서울대에 가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방송연예학과, 연극영화학과 등 관련 학과가 전국적으로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연예인이 되고 싶어한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예전엔 각 방송사의 공채 탤런트가 되는 것이 연예인이 될 수 있는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소속사에 들어가 데뷔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길이다. 소속사의 연예인 지망생 선별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되고, 고된 연습생 기간을 이겨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연예인으로 데뷔를 한다고 하더라도 대중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거나 지속적으로 인정을 받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미 데뷔를 한 연예인 중에도 드라마나 영화 출연 기회가 없어 몇 달간 0원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한 관계자는 "그래서 성공한 연예인들을 '스타'라고 부르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 마디로 연예인 지망생 A양이 유명 연예인이 될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것.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스타'가 되는 것이 더욱 어려울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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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연예계의 각종 사건사고에 연예인 지망생들이 자꾸 등장하는 이유는 뭘까? 한 연예 관계자는 연예인이 될 확률이 워낙 낮은데다가 과정이 불확실하다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연예인은 열심히 노력하고 투자한 것에 비례해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이 관계자는 "연예 매니지먼트 업계는 복불복 게임과 같은 특성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기본적인 역량이나 노력도 중요하지만, 운이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 20년 이상 연예계에서 활동하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들을 만나서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냐?"고 물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똑같다. "스스로가 이 일을 즐기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으면 이렇게 되지 못했다"는 것.
연예인 지망생 입장에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연예인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제도권 내에 있는 유명 연예인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일 터. 매니지먼트 업계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과의 인간 관계를 통해 연예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싶어하는 연예인 지망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연예인들과 각종 모임을 통해 어울리다 보면 이런 저런 사건사고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최근 터진 사건들을 연예인 지망생들의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다. 관계자는 "연예인 지망생들의 그런 간절한 마음을 이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연예인 지망생들은 아무래도 출중한 외모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연예인 입장에서도 이성적으로 호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그릇된 욕구를 채우려 한다면 자기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다. 연예인 지망생들로부터 트레이닝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내는 엉터리 기획사들도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