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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역 이름이 트렌드? 드라마 제목의 비밀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3-02-25 11:45 | 최종수정 2013-02-27 09:24


사진제공=KBS

드라마에서 제목은 그 드라마의 장르 내용 분위기 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중요한 단어다. 지난 해 방송한 KBS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는 초반에 '차칸'이라는 단어로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착한'으로 바꿨지만 방영 후반, 제목에 왜 '차칸'이라는 말을 썼는지가 드러나며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그만큼 드라마에 있어 제목은 배우, 제작진와 함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최근 트렌드는 '이름'

최근 드라마들에서는 드라마 주인공 배역의 이름을 따는 경우가 많다. KBS 월화극 '광고천재 이태백'이나 주말극 '내 딸 서영이' SBS 주말극 '내 사랑 나비부인' 등이 그 예다. '내 딸 서영이' 후속 '최고다 이순신'도 주인공 이순신의 이름을 제목으로 썼다.

김혜수 오지호를 캐스팅한 '광고천재 이태백' 후속 '돌아와요 미스김'도 미스김이라는 이름이 들어간다. KBS1 일일극 '힘내요 미스터김'도 마찬가지다.

'광고천재 이태백'은 이름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사실 시놉시스에서 이 드라마의 제목은 '광고천재 이순신'이었다. 하지만 '내 딸 서영이' 후속작이 '최고다 이순신'으로 확정되자 '이순신'이라는 이름이 겹쳐 결국 주인공 이름을 이태백으로 고쳤고 제목도 '광고천재 이태백'이 됐다. 이순신이라는 이름을 양보한 격이다. 게다가 SBS드라마 '이순신 외전'도 편성될 예정이라 혼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사진제공=SBS
제목은 글자수 맞추기?

두글자 제목은 제작진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최근엔 MBC 월화극 '마의'와 SBS 월화극 '야왕'이 두글자 제목을 가지고 있다. '마의'의 연출을 맡은 이병훈 PD는 유난히 두글자 제목을 좋아하는 편이다. 전작도 '이산' '동이' '허준' '상도' 등 두글자 제목이 많다. '야왕'은 원작 만화의 제목을 그대로 따온 케이스다.

반면 일일극이나 주말극은 다섯글자 제목을 선호한다. '○○의 ○○'하는 식으로 말이다. MBC 주말극 '백년의 유산'이나 '아들 녀석들' 아침극 '사랑했나봐' SBS 아침극 '당신의 여자' 일일극 '가족의 탄생' KBS2 일일시트콤 '일말의 순정' 주말극 '내 딸 서영이'가 모두 다섯글자 제목이다. SBS 주말극 '돈의 화신'이나 MBC 일일극 '오자룡이 간다'는 글자수만 다를 뿐 이같은 형태로 볼 수 있다.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다섯글자가 성공한다'는 징크스가 있을 정도로 선호하는 제목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목의 비밀을 풀어라

KBS2 수목극 '아이리스2'에서 '아이리스'는 극중 세계적인 군산 복합체이자 테러조직을 의미하는 단어다. 드라마 '아이리스'는 지난 2007년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가 영화 '쉬리'의 감독인 강제규와 공동으로 기획한 작품이다. 중도에 강제규 감독이 빠지긴 했지만 당시 '아이리스(IRIS)'는 '쉬리(SHIRI)'를 거꾸로한 단어로 만들어졌다. '아이리스2'에서 이범수가 맡은 유중원이라는 이름은 '쉬리'에서 한석규가 맡은 배역 이름이기도 하다. '쉬리'에 대한 오마주인 것이다.

MBC 수목극 '7급 공무원'은 시놉시스 단계에서도 영화와 같이 '7급 공무원'이라는 제목이었다. 하지만 편성 단계에서 한때 '비밀남녀전'이라는 제목으로 바뀌기도 했다. 영화와 다른 내용인데 같은 내용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편성이 확정된 후 이름도 '7급 공무원'으로 굳어졌다. 흥행한 영화의 제목을 굳이 버릴 필요없다는 판단과 함께 사극풍의 제목이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SBS 수목극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극의 주제와 제목이 맞닿아 있다. 제목의 '바람이 분다'는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Paul Valery)의 유명한 시 '해변의 묘지(Le Cimetiere marin)'에서 'Le vent se leve!... il faut tenter de vivre(바람이 분다. 살아야 겠다)'라는 문구를 따왔다. 극중 오수(조인성)과 오영(송혜교)은 살아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지만 서로로 인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같은 의미를 제목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 외에도 임성한 작가는 시놉 상태의 드라마 제목을 모두 '손짓'으로 통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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