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녹색지대 출신 조원민 "첫 솔로앨범, 오랜 일기장 같은 음악"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02-25 08:28


사진제공=JWM엔터테인먼트

조원민의 앨범을 꺼내면 자켓 속 꼬마 숙녀가 해맑은 웃음으로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넨다. 아빠를 꼭 닮은, 조원민의 딸 연서다. 5곡의 트랙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한 편의 러브스토리로 이어진다. '첫눈'에 알아본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추억한 '그땐', 이별의 아픔을 그린 '사랑이 아프게 기억된다'와 '미워하자 사랑하자', 마지막은 그리움을 담은 '배웅'이다. 조원민도 "오래된 다이어리 같은 앨범"이라고 했다. 그 다이어리 속 주인공은 4년 전 사별한 아내다. 그래서 조원민의 목소리는 귀가 아닌 가슴을 파고든다.


사진제공=JW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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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지대 활동을 마치고 솔로로 변신한 그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힘을 보탰다. 수영선수 박태환은 '첫눈'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사랑의 설렘을 풋풋한 느낌으로 표현했다. 20년지기' 박승화는 이번 앨범의 디렉팅과 코러스, 세션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타이틀곡 '그땐'을 함께 불렀다. 고마워하는 조원민에게 박승화는 이렇게 화답했다. "사나이는 원래 벌거벗고 돕는 거다. 언제든 도울 테니 연서를 위해서 더 힘내자."

주변 뮤지션들은 노랫말을 선물했다. "직접 가사를 쓰면 슬픈 이야기만 하게 될 것 같아서 부탁한 건데도 알아서 저의 이야기를 써왔더라고요. 가사를 받아든 순간 '정말 미치겠다'는 말이 툭 튀어나왔죠. 가슴이 먹먹해서 어떻게 노래를 불러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사랑은 때론 기적 같은 순간을 선사한다. '그땐' 뮤직비디오 촬영 다음날, 오래된 외장하드에서 아내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을 우연히 발견했다. 아내와 갓 걸음마를 시작한 딸의 행복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조원민의 이야기를 들은 뮤직비디오 감독은 그 영상을 뮤직비디오에 넣었다. 딸의 첫 돌을 앞두고 폐암 말기를 선고받은 아내는 2년 투병 끝에 2009년 세상을 떠났다. "바보 같은 약속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아이가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을 거라고 아내에게 말했어요. 이 앨범이 상업적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모르겠지만 제 얘기를 마음껏 들려드렸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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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민은 이번 활동을 계기로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그래서 본인의 이름으로 회사도 꾸렸다. "대형 기획사에서 중견급 가수들을 위해 음반을 낼 일도 없고, 저 역시 기획사와 타협해서 내 음악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고 아이돌을 무시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음악하는 사람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서정적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거든요. 눈여겨 보는 후배들도 있고요."

그 후배들이 누구인지 물어보자 뜻밖의 이름이 나온다. Mnet '슈퍼스타K' 출신 김그림과 신지수다. "김그림은 곡도 잘 쓰고 연주도 잘해요. 신지수는 녹색지대 팬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음악적으로도 잘 통해요. 너무나 예뻐하는 후배들이죠. 우연히 카페에서 음악을 듣고 반하게 된 인디뮤지션 정밀아와 힙합뮤지션 일통은 제 콘서트에 게스트로 초대했어요."

3월부터 5월까지 매주 주말 서울 장충동 스테이지팩토리홀에서 열리는 조원민의 소극장 콘서트에는 박학기, 신효범, 박승화, 정서용, 모세, UFC 선수 김동현, 천상혁, BMK, 이재수, 장철웅, 개그맨 윤형빈, 박혜성 등 다양한 게스트가 찾아올 예정이다. "우리 세대는 쉴 곳이 없거든요. 그런 분들이 음악과 함께 교감하면서 속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JW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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