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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 리메이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근래 방영을 했거나 방영을 앞둔 리메이크 드라마는 어림 잡아도 십여 편. 과거 KBS에서 '꽃보다 남자'가 제작됐을 때만 해도 리메이크는 특별한 일이었지만 최근엔 순수창작물을 압도할 정도로 제작 편수가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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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리메이크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제작사들은 한국판으로 각색하고 대본을 집필할 작가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작가들에게 리메이크 제안을 하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태반이다. 실제로 고현정이 출연하는 '여왕의 교실' 같은 경우는 MBC가 판권을 구입해 놓았지만 기성작가들이 대본 집필에 난색을 표해 제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신인작가를 물색해 대본을 맡기고 고현정의 소속사가 제작에 참여하는 것으로 제작 방향을 정하면서 비로소 편성도 확정이 났다. 이 관계자는 "결국은 배우를 캐스팅하듯 정성을 들이고 그에 합당한 금전적 대우를 해야 작가를 섭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건 '리메이크 붐'이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중일에서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이다. '꽃보다 남자' '장난스런 키스'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한국, 일본, 대만에서 모두 만들졌고, 한국 드라마 '마왕'은 일본에서, '아내의 유혹'은 중국에서 제작돼 크게 히트했다. 홍자매 작가의 '미남이시네요'도 일본에서 제작됐고, 대만판 리메이크작도 올 여름 방송된다. '미남이시네요'는 3개국에서 모두 만들어진 첫 한국 드라마다. 한 방송사 드라마 PD는 "리메이크 붐은 컨텐츠 싸움이 얼마나 치열한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미남이시네요'의 사례처럼 잘 만들어진 순수창작물을 확보해 해외에 리메이크 판권을 수출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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