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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후(35)가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가운데, 사건을 둘러싼 온갖 추측과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박시후는 지난 15일 새벽 후배 K씨의 소개로 술자리에 동석한 연예인 지망생 A씨(22)를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박시후는 "서로 호감을 느끼고 마음을 나누었을 뿐 위력 행사는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박시후가 술을 못 마신다는 사실을 토대로 이번 사건의 여러 의문점들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신상이 온라인상에서 일파만파 퍼지고 있고, 계약이 만료된 전 소속사에서 일부러 사건을 흘린 것 아니냐는 억측까지 나오고 있다. 양측의 엇갈린 진술을 토대로 이번 사건의 쟁점과 의혹들을 짚어봤다.
술집의 CCTV에는 A씨가 박시후, K씨와 함께 걸어서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이 찍혔다. 술집 사장 역시 화면상으로는 A씨가 만취 상태로 보이진 않았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박시후의 자택 지하주차장 CCTV에는 K씨가 A씨를 등에 업고 들어가고 박시후는 걸어서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 조사에서 "술에 많이 취해 정신을 잃었다"고 말한 A씨의 진술을 뒷받침해주는 증거자료다. 하지만 A씨가 사건 당시 항거불능의 상태였는 지는 확인하기 힘들다. 술집에서 박시후의 자택까지는 차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다. CCTV 두 곳의 기록을 조합해 보면, 걸어서 술집에서 나갔던 A씨가 단 몇 10여 분 만에 누군가에게 업혀야 할 만큼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는 얘기다. 고개가 갸웃해지는 대목이다.
CCTV-진단서로 강제성 입증 되나?
하지만 정작 '사건'이 일어난 박시후의 자택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여줄 증거는 없다. CCTV나 목격자 진술은 정황만을 보여줄 뿐 '사건'의 쟁점이 되는 '강제성' 여부를 확인해주는 자료는 아니다. 결국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얘기다. "아침에 깨어보니 성폭행을 당한 상태였다"는 A씨의 진술로 미루어볼 때, A씨 또한 '사건'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더구나 박시후는 '강제성'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강제성만 확인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경찰 관계자는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어차피 현장에 있던 두 명만 진실을 알고 있지만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는 의미다.
후배 K씨, 어떤 진술을 할까?
이번 사건의 핵심을 쥐고 있는 인물이 후배 K씨다. K씨는 박시후의 절친한 후배로, A씨를 박시후에게 소개시켜준 인물이다. 더구나 술에 취한 A씨를 업고 박시후의 집에 함께 갔다. K씨가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던 만큼 이번 사건의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K씨는 사건 보도 후 측근을 통해 "A씨에게서 고소의 징후를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박시후를 옹호하는 언급을 했다. 또 20일에는 박시후와 A씨, 그리고 K씨가 직접 만나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K씨에 대해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건 파악을 위해 필요한 조사는 다 진행할 계획"이라며 "필요하다면 K씨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시후에 대한 피고소인 조사도 곧 이뤄질 예정이다. 경찰은 오는 24일 오전 10에 경찰서에 출석하라는 내용이 담긴 출석요구서를 박시후 측에 20일 오전 등기우편으로 통지했다. 경찰은 "통상적으로 출석에 3회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하지만 박시후가 무혐의를 주장하는 만큼 출석에 응할 것으로 본다"며 "그 전에 서로 협의해 소환 일정을 앞당길 수도 있으나 아직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