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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안에 브로드웨이 진출해 토니상 받겠다", 악어컴퍼니 조행덕 대표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3-02-17 14:42


◇"3년 안에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반드시 토니상을 받겠다"는 포부를 밝힌 악어컴퍼니 조행덕 대표.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악어컴퍼니 조행덕 대표(46)는 공연계에서 '독종'으로 불린다. 일단 일을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 그와 함께 일해본 사람들은 모두 "철두철미한 사람"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회사 이름인 '악어'부터 그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지난 1994년, 처음으로 기획사를 만들 때 당시 함께 일했던 극단 백수광부의 이성열 연출이 "네 별명이 뭐냐?"고 물어 "악어"라고 했더니 "그럼 악어기획이라고 하면 되겠네"라고 한 게 악어컴퍼니의 출발이었다.

"중학교 때 우리 반에서 덩치가 가장 큰 녀석이랑 싸움이 붙은 적이 있어요. 객관적으론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쉬는 시간이건 방과 후건 무조건 그 녀석에게 달려가 주먹을 날렸죠. 결국 일주일만에 그 친구가 두 손을 들더군요."

그때부터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악어'가 그의 별명이 됐다. 이런 '악어 스타일'은 공연 제작기획에서 그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런 조 대표가 최근 '사고' 하나를 쳤다. 인터넷 종합쇼핑몰 인터파크가 집계한 지난해 공연부문 티켓판매에서 그가 제작한 연극 '옥탑방 고양이'가 대형 뮤지컬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 230석 규모의 대학로 틴틴홀 한 곳에서만 공연했음에도 '초대박'을 기록했다. 한 해 동안 '옥탑방 고양이'로만 약 19만 장을 팔았다.

'옥탑방 고양이'외에도 그의 히트작은 많다. 지난해 여름 정성화 남경주 김다현 등이 출연한 뮤지컬 '라카지'도 작품성과 흥행에서 성공을 거뒀고, 연극 '나쁜 자석' '거미여인의 키스'도 흑자를 기록했다. 덕분에 요새 주위에서 "도대체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느냐?"며 '괴롭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푸념이다.

공연계에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대개 그러하듯 조 대표의 삶도 파란만장하기 그지없다.

어릴 때부터 춤이 좋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당시 최고의 무용단이었던 전미례 재즈발레단에 입단해 6년간 주역 무용수로 활약했다. 그러던 1994년 우연히 이윤택 연출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의 공연장을 찾았다가 그들의 열정에 반해 연극으로 방향을 틀었다. 음향 오퍼레이터로 시작해 안무, 배우까지 섭렵했다. 음향 담당으로 처음 일했을 때 3개월간 일하고 받은 4만원을 '왠지 쓰기가 아까워' 지금껏 액자에 넣어 보관하고 있다.


그러다 직접 공연을 제작하고 싶은 욕망이 일어 전세값 3000만원을 몽땅 투자해 처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가 쫄딱 망했다. 그때가 1994년이었다. 하늘이 노랗게 보였지만 제작에는 연기와 안무, 음향 모든 게 다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점은 큰 성과였다. 본격적으로 제작기획자로 변신해 악어기획이란 간판을 건 계기가 됐다.

"작품은 분명 괜찮은 데 왜 관객이 오지 않을까? 그게 가장 큰 의문이었어요. 좋은 작품엔 반드시 많은 관객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그 접점을 집요하게 찾기 시작했죠."

제작기획자로서 그의 마케팅 전략의 전선(戰線)이 형성됐다. 어떤 작품을, 어떤 극장에서, 어떤 관객과 만나게 할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90년대엔 서울 시내 빌딩을 모조리 훑으며 여직원들을 상대로 직접 세일즈를 시도했다. 그 경험을 발판으로 체계적인 작품 선정과 기획, 배우캐스팅, 효율적인 홍보 등이 차차 자리를 잡아 나갔다. 오랜 고민과 반복학습을 통해 자신만의 마케팅 철학을 완성했다.

"시나리오를 보면 먼저 캐릭터들을 봐요. 작품의 캐릭터들이 지금의 우리와 얼마나 교감할 수 있을까? 우리가 느끼는 문제를 그 캐릭터들도 고민하고 있나를 생각하죠. 그 다음엔 지금 현재의 관객들에게 얼마나 새롭게 다가갈 수 있을까 판단합니다. 비슷한 다른 작품들과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 또 다른 사람들이 만든 과거작들과 다른 스타일이 가능할까, 어떻게 신선하게 만들 수 있을까 등을 따져보고 자신 있으면 그때부터는 지르는 거죠."

좋은 작품을 선택해 남들과 다르게 만들기 위해 그는 한가지 더 신경썼다. 바로 캐스팅. 그는 과감한 스타마케팅으로 '순수 예술'의 영역에 머물던 연극을 대중화했다. 정보석 문근영 이윤지 김지호 등 연극무대에서 보기 힘들었던 스타 연기자들을 기용해 대성공을 거뒀다. 아울러 중견 연예기획사인 나무기획,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인 CJ E&M과 손잡고 '무대가 좋다'라는 연극 시리즈를 만들어 연극의 판을 키웠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는 '악어 스타일'로 기존의 편견을 정면돌파한 결과였다.

그는 지금까지 연극과 뮤지컬을 합쳐 약 180여편의 작품을 제작했다. 성공한 것도, 실패한 것도 있지만 모두 다 새끼들 같은 작품들이다. 제작 편수로는 국내 공연 프로듀서 가운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성공이요? 아직 멀었습니다. 오히려 요새 더 위기감을 느껴요.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지 못하면 금방 도태되는 세상이잖아요."

그는 악어컴퍼니를 종합 컨텐츠그룹으로 더 키우겠다는 꿈이 있다. 연극과 뮤지컬에 주력하고 있지만 영화와 전시 등에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3년 안에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겠다는 야심도 키워가고 있다.

"이 얘기를 들으면 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드시 내 손으로 만든 뮤지컬로 토니상을 받을테니까요. 두고 보십시요."

꿈과 열정은 모든 성공한 이들의 공통 덕목. 마른 체형에 반짝이는 눈빛의 그에게서 바로 그게 느껴졌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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