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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버라이어티가 위기를 맞았다. 그것도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진정성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며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 가운데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어디까지를 '리얼'로 봐야하는지도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무조건 현실과 똑같은 상황을 만들라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PD 역시 "프로그램에서 자세한 설명을 해드려야 했으나 그렇지 못하였고 실제 사실보다 다소 과장하여 표현한 점이 있었던 것은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 좀 더 흥미롭게 편집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과욕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이점 넓은 혜량을 바라며, 초심으로 돌아가 "더 많이 준비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전하는", '정글의 법칙' 팀이 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말했다.
정PD도 "시청자 여러분께 좀 더 재미있고 감동적인 장면을 선물하기 위해, 이미 있는 사실을 약간은 더 화려하게 포장하기도 했고, 일부 상황을 진실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연출, 가공을 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는 사실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에게 더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으로 다가가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제작 방식이다. 그러나 이 기법이 시청자 여러분께서 생각하는 것과 큰 괴리가 있어 불편함을 느끼실 정도라면 이는 전적으로 우리의 과오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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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같은 리얼버라이어티의 위기가 현실을 만드는 예능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우결'은 '가상'이라는 말을 앞에 붙였지만 시청자들은 '가상'이라는 단어보다 '부부'라는 말에 더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의 특성상 모든 상황을 리얼하게 노출할 수는 없다. 현실을 보여준다는 '다큐' 장르에서도 어느 정도의 장치는 존재한다. 하물며 예능에서 모든 것은 현실 그대로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은 시청자들의 '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모든 것을 현실 그대로 보여주길 바라는 것은 말 그대로 시청자들의 생각일 뿐이다. 리얼버라이어티를 질타를 하기 전에 예능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마음 편하게 예능을 즐기는 길이다"라고 귀띔했다.
'정글의 법칙'의 이PD는 "'정글의 법칙'을 제작하면서 선배 한분이 하루 동안 정글에서 실종이 돼 회사 전체에 비상이 걸렸던 적도 있었고 나 스스로도 바다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예능에서 이정도 상황에 부딪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만약 '정글의 법칙'이 최소한의 장치라도 없이 촬영한다면 '안전'이라는 가장 중요한 담보를 확보하기 힘들다. 이 PD는 "오지에서 많은 출연자와 스태프들이 수십일 동안 견뎌야 하는 최악의 조건에서 제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리얼리티는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리얼리티일 수밖에 없다는 점 시청자 여러분께 이해를 구한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 아무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을 아무 준비도 없이 마주한다는 것은 연출자로서 선택할 수 없습니다. 저는 출연자와 스태프들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의무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털어놨다.
네티즌들은 때때로 '정글의 법칙'을 '맨 VS 와일드 위드 베어 그릴스'와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베어 그릴스는 영국 특수부대 출신 생존전문가이고 김병만은 개그맨이다. 예능은 예능일 뿐, 오해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