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애 단 한 번의 기회. 신인상이 배우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다. 남녀신인상 부문에 재도전이 없는 청룡영화상에선 더더욱 특별하다. 신인 돌풍이 유난히 거셌던 2012년 충무로,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남녀 10명의 배우들이 제33회 청룡영화상 신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서로 만난 것이 '불운'이라 느껴질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누가 트로피를 가져가든, 수상에 실패한 배우들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남을 것 같다.
'은교'의 김고은도 무서운 신예다. 이 작품에서 위대한 시인의 세계를 동경한 열일곱 소녀 은교를 연기한 김고은은 순백의 얼굴 안에 싱그러움과 관능을 동시에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신인으로선 쉽지 않았을 베드신까지 소화하며 박해일, 김무열과 연기호흡을 팽팽하게 이끌었다. 충무로에 신드롬을 일으킨 김고은의 신인상 수상 릴레이는 당연한 결과.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김고은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올해 '건축학개론'이 대중문화 전반에 끼친 영향은 대단했다. 1990년대 문화가 새롭게 조명받았고 추억 마케팅이 활발해졌다. 그리고 그 중심엔 '국민 첫사랑' 배수지가 있었다. 배수지는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첫사랑 신드롬을 일으켰고, 열여덟이란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연기력을 선보여 충무로를 사로잡았다. 말 그대로 대세 중의 대세. 배우의 매력으로 작품의 호감도를 높여준 공로를 따진다면 배수지는 첫 손에 꼽힐 만하다.
일찌감치 독립영화계에서 주목한 한예리도 '코리아'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탁구 남북단일팀의 실화를 그린 이 영화에서 북한 선수 유순복 역을 맡은 한예리는 리얼한 북한 사투리를 선보여 실제 북한 사람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었다.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되면서도 고유의 개성을 잃지 않는 한예리의 연기 스타일은 '코리아'에서도 돋보였다. 알고 보면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두 번이나 연기상을 수상한 '연기파'이기도 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