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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 D-3, 부문별 전망] 신인남우, 데뷔작으로 흥행을 쏘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11-27 08:13



생애 단 한 번의 기회. 신인상이 배우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다. 남녀신인상 부문에 재도전이 없는 청룡영화상에선 더더욱 특별하다. 신인 돌풍이 유난히 거셌던 2012년 충무로,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남녀 10명의 배우들이 제33회 청룡영화상 신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서로 만난 것이 '불운'이라 느껴질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누가 트로피를 가져가든, 수상에 실패한 배우들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남을 것 같다.

특히 올해 신인남우상 후보들은 신인답지 않게 흥행에서도 성과를 냈다. 그리고 수백만 관객의 눈도장을 받으며 충무로에 존재감을 선명하게 새겼다. 청룡영화상의 슈퍼루키들을 눈여겨보자. 한국영화의 미래가 이들에게 달려 있다.

서른둘 '늦깎이 신인' 김성균은 스크린 데뷔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단박에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부산 일대를 주름잡던 폭력조직의 건달. 순박함과 살벌함을 동시에 풍기던 그의 촌스러운 단발머리를 어찌 잊을 수 있으랴. 10여년 연극무대에서 쌓인 내공이 스크린에서 폭발했다. 468만 관객이 인정한 김성균의 연기력은 트로피 독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백상예술대상, 부일영화상, 영평상, 대종상, 부산영평상에 이어 청룡영화상까지 싹쓸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도둑들'의 김수현도 만만치 않은 후보다. 올해 초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안방극장을 강타하더니 곧이어 첫 상업영화 '도둑들'로 1298만 관객의 마음을 훔쳤다. 김윤석, 이정재, 김혜수, 전지현, 김해숙 등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도 기 죽지 않는 두둑한 배짱이 돋보였다. 신입도둑 잠파노 캐릭터의 매력은 김수현의 디테일한 연기와 천부적인 감성에서 나왔다. 이 무섭도록 영리한 배우가 어디까지 진화할지 충무로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올해 스크린 최고의 수확으로 유연석을 꼽는 이들이 많다. 410만 관객을 동원한 '건축학개론'에선 얄미운 '강남오빠' 캐릭터로 남성 관객의 공분을 자아냈고, '무서운 이야기'에선 언어장애를 가진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되어 서늘한 눈빛 하나만으로 스크린을 압도했다. 두 캐릭터가 동일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연기폭이 넓다. 이번 청룡영화상에선 '무서운 이야기'로 노미네이트됐다. 독립영화부터 상업영화, TV 드라마와 시트콤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기대주다.

458만 관객이 선택한 '내 아내의 모든 것'에는 신예 이광수가 있다. 이 영화를 캐릭터의 향연으로 풍성하게 채울 수 있었던 데는 이광수의 존재감도 큰 몫을 했다. 지방 방송국 라디오 PD 역을 맡은 이광수가 등장할 때마다 객석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감초 이상의 활약이었다. 가벼운 듯 진지하고, 능청스러우면서도 페이소스를 풍기는 이광수의 연기는 독특한 아우라를 만들어냈다. 오래오래 충무로를 지킬 재목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는 올해 관객들이 가장 사랑한 캐릭터다. 출연 분량은 적었어도 그 존재감은 주인공을 능가하고도 남았다. 조정석이 아니었다면 '납득이'도 없었을 거란 평가를 들었다. 조정석이 애드리브로 표현한 "어떡하지?"라는 대사는 최고 명대사이자 유행어가 됐다. 혜성처럼 스크린에 등장했지만 뮤지컬 '그리스' '헤드윅'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과 순발력을 키운 재능있는 배우다. 조정석 또한 막강한 수상 후보 중 한 명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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