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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단 한 번의 기회. 신인상이 배우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다. 남녀신인상 부문에 재도전이 없는 청룡영화상에선 더더욱 특별하다. 신인 돌풍이 유난히 거셌던 2012년 충무로,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남녀 10명의 배우들이 제33회 청룡영화상 신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서로 만난 것이 '불운'이라 느껴질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누가 트로피를 가져가든, 수상에 실패한 배우들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남을 것 같다.
'도둑들'의 김수현도 만만치 않은 후보다. 올해 초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안방극장을 강타하더니 곧이어 첫 상업영화 '도둑들'로 1298만 관객의 마음을 훔쳤다. 김윤석, 이정재, 김혜수, 전지현, 김해숙 등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도 기 죽지 않는 두둑한 배짱이 돋보였다. 신입도둑 잠파노 캐릭터의 매력은 김수현의 디테일한 연기와 천부적인 감성에서 나왔다. 이 무섭도록 영리한 배우가 어디까지 진화할지 충무로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올해 스크린 최고의 수확으로 유연석을 꼽는 이들이 많다. 410만 관객을 동원한 '건축학개론'에선 얄미운 '강남오빠' 캐릭터로 남성 관객의 공분을 자아냈고, '무서운 이야기'에선 언어장애를 가진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되어 서늘한 눈빛 하나만으로 스크린을 압도했다. 두 캐릭터가 동일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연기폭이 넓다. 이번 청룡영화상에선 '무서운 이야기'로 노미네이트됐다. 독립영화부터 상업영화, TV 드라마와 시트콤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기대주다.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는 올해 관객들이 가장 사랑한 캐릭터다. 출연 분량은 적었어도 그 존재감은 주인공을 능가하고도 남았다. 조정석이 아니었다면 '납득이'도 없었을 거란 평가를 들었다. 조정석이 애드리브로 표현한 "어떡하지?"라는 대사는 최고 명대사이자 유행어가 됐다. 혜성처럼 스크린에 등장했지만 뮤지컬 '그리스' '헤드윅'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과 순발력을 키운 재능있는 배우다. 조정석 또한 막강한 수상 후보 중 한 명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