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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가 유튜브를 제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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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지난 7월 공개된 이래 신기록 행진을 이어왔다. 8월 2일 10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한 데 이어 8월 21일 만에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아이튠즈 뮤직비디오 차트 1위를 차지했다. 공개 40일 만인 8월 22일에는 5000만 건을 돌파, 한국 가수 최단 기록을 세웠다. 9월 4일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1억뷰를 달성했고 9월 18일 2억 건, 9월 28일 3억 건, 10월 8일 4억 건, 10월 20일 5억 건, 10월 31일 6억 건, 11월 11일 7억 건의 조회 수를 올렸다. 10일에 1억 건 씩 추가한 셈이다.
그리고 결국 24일 8억 뷰를 돌파, 유튜브 사상 최다 클릭수를 기록했다. 저스틴 비버가 33개월 만에 세운 기록을 단 4개월 만에 갈아치운 것. 현재도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어 25일 오후 8억 1279만 4421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 539만 9703개의 '좋아요'를 달성, 기네스 세계 기록에도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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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남스타일'의 유튜브 제패가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새로운 해외 진출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한국 가수들의 해외 진출 경로를 살펴보면, 소속사와 해외 연예기획사 혹은 음반 유통사가 정식 계약을 체결한 뒤 대규모 쇼케이스를 열어 해당 가수의 해외 진출을 알렸다. 이후 현지화 전략을 구사, 진출 국가의 언어로 된 노래로 투어 공연을 돌며 인지도를 높였다. 이 때문에 '해외 진출'이라기 보다는 '현지 데뷔'라는 말을 사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싸이는 '강제 해외 진출'에 가깝다. '강남스타일'은 유튜브를 시작으로 조시 그로반, 티 페인, 로비 윌리엄스, 톰 크루즈 등 해외 톱스타들의 관심을 받으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에 타임스지 CNN 월스트리트저널 LA타임즈 허핑턴포스트 등 해외 언론도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와 '말춤' 신드롬을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싸이는 스쿠터 브라운과 현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 '빅 모닝 버즈 라이브' '엘렌 드제네러스 쇼' '투데이 쇼' 등 미국 인기 프로그램과 'MTV 뮤직 비디오 어워드' 'MTV 유럽 뮤직 비디오 어워드' 등의 시상식에도 초청됐다.
거창한 현지 프로모션 없이 유튜브 트위터 등 SNS만으로 최대 효과를 누리면서 새로운 사업 모델 구상을 가능케 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스트 싸이'의 등장 가능성도 열었다. 실제로 싸이와 '강남스타일', '오빤 딱 내 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 호흡을 맞춘 포미닛 현아는 인지도가 수직 상승,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으로부터 "싸이의 성공을 이을 주자"라는 극찬을 받아냈고, 스쿠터 브라운에게서도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싸이의 성공이 후배 가수들의 해외 시장 진출 폭을 넓혀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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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은 순수 한국어로 구성된 노래지만, 특유의 '독창성'을 앞세워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거대한 세트와 화려한 조명에서 '칼군무'를 펼치는 기존 아이돌 그룹과는 달리, 주차장 수영장 등 실생활에 익숙한 공간에서 영상을 제작했다는 것 자체로도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여기에 어디에서도 본 적은 없지만,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말춤'이 가미되면서 싸이를 세계 정상에 올려놨다. 이에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싸이가 성공한 원인은 홍보가 필요 없는 컨텐츠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 컨텐츠는 홍보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 대중이 '강남스타일'을 가치 있는 컨텐츠로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앞으로도 '컨텐츠 싸움'은 숙제로 남았다. 싸이는 내년 초 미국에서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만든 앨범을 발표한다. 이번 앨범은 '강남스타일'의 열기를 그대로 이어받은 데다 MC해머, 저스틴 비버 등 해외 뮤지션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충분한 화제성을 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노래'와 '안무'다. 싸이는 이미 스포츠 동작을 기반으로 한 포인트 안무를 구상했으며, 해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틈틈히 시간을 내 앨범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성공으로 국내 연예 기획사에서도 컨텐츠의 품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실제로 유튜브 영상을 보고 공연 요청을 해오는 경우도 많다. 해외 네티즌들은 아이돌 그룹의 '칼군무' 등에도 감명을 받지만, 코믹한 요소가 가미됐을 때 더 큰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뮤직비디오나 음원 등 문화 컨텐츠에 어떻게 유머 코드를 적절히 삽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