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아름다운 판타지에 있다. 가슴을 파고드는 선율과 에너지 충만한 연기, 시시각각 변하는 화려한 무대…. 잊고 살아온 순수한 열정을 일깨워주는 마법이 뮤지컬의 미덕이다.
연말연시 대목을 맞아 뮤지컬 시장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창작과 라이선스, 해외 작품까지 봇물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다. 경기불황에 선거까지 겹쳐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 가족과, 연인과 공연장 나들이에 나서 연말의 들뜬 마음을 추스리고 새 희망의 활력소를 찾는 것은 어떨까.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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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고, 사회 개혁의 물결이 확산되던 격동의 19세기. 황태자는 '말도 안되게' 급진적인 변혁을 꿈꾼다. 신분상승이 아니라 '신분하강'인 셈이다. 그의 불가능한 꿈에 아름다운 처녀는 매혹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운명에 도전했다가 처절하게 패퇴하는 인간의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 이래 서양의 비극전통이다. '황태자 루돌프'는 이 '공식'에 러브스토리를 정교하게 짜 맞춘다. 마치 드라마의 교과서 같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에 아름답고 웅장한 음악과 화려한 무대, 우아한 안무를 절묘하게 접합시킨다.
'지킬 앤 하이드' '천국의 눈물' 등으로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브로드웨이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유럽 데뷔작이다. 감정선을 자극하는 멜로디로 유명한 와일드혼은 2시간40분 동안 극장 안을 음악의 심연으로 만들어놓는다. '너 하나만' '사랑이야' '처음 만난 날처럼' 등 루돌프와 마리의 마음을 담아 반복되는 아리아들은 극장문을 나선 뒤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디바로 자리잡은 옥주현과 '미스 사이공'으로 스타덤에 오른 김보경, 신예 최유하가 마리를 소화한다. 루돌프 역에는 노련미 넘치는 안재욱과 '불후의 명곡'에서 가창력을 과시한 임태경, 정상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고 있는 실력파 박은태가 캐스팅됐다. 주연이 살면 조연도 덩달아 사는 법. 타페 수상 역의 민영기, 백작부인 역의 신영숙의 존재감도 두드러진다.
올해 초 국내 초연된 '엘리자벳'의 제작사 비엔나극장협회(VBW)가 2006년 유럽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역사 속에서 루돌프는 바로 엘리자벳 황후의 아들. 하지만 '엘리자벳'과 달리 작곡가 와일드혼, 작가 잭 머피 등 브로드웨이 인력과 협업해 영미 스타일로 태어났다. 유럽의 황실을 재현한 고풍스러운 무대와 화려한 궁중의상과 어우러져 또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EMK뮤지컬컴퍼니 제작. 내년 1월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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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맛나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느낌?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리걸리 블론드'는 밝고 유쾌하고 귀엽다. 원색의 컬러풀한 무대에 깜찍하고 코믹하고 귀여운 캐릭터들, 달콤한 음악과 해피엔딩의 화사한 스토리까지. 한마디로 마음이 즐거워지는 뮤지컬이다.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2001년 할리우드 히트작 '금발이 너무해'가 원작. 영화를 모티브로 한 '무비컬' 열풍을 타고 국내에서도 2009년 초연돼 호평받았다.
천방지축의 귀엽고 용감한 아가씨 엘 우즈의 좌충우돌 하버드 도전기와 달콤쌉싸름한 러브스토리를 그린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금발의 소유자 엘 우즈. '엄친딸'인 그녀는 남자는 물론 같은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이다. 캠퍼스 캘린더 모델에 장학생, 거기에 하버드 법대에 다니는 남자 친구 워너까지, 그야말로 남 부러울 것 없는 아가씨다. 하지만 이런 그녀에게 어느 날 갑자기 시련이 닥친다. 남자 친구 워너로부터 헤어지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은 것. 비탄에 잠긴 엘, 하지만 가만 있을 그녀가 아니다. 남자친구가 원하는 진지하고 똑똑한 여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그가 다니는 하버드 법대에 들어갈 것을 결심하고 우여 곡절 끝에 하버드 입성에 성공한다.
하지만 자신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법대생들과 지내며 요절복통 에피소드를 겪게 된다. 여기에 설상가상, 살인사건까지 해결해야 할 처지에 놓이는데….
주인공 엘 우즈 역에 소녀시대 제시카와 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 실력파 신예 최우리가 트리플 캐스팅됐다. 엘 우즈는 2시간 동안 쉼 없이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역할로 가창력은 물론 다양한 안무와 다채로운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배역이다. 2년 만에 엘 우즈로 돌아온 제시카,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연기파 깜찍 아이콘으로 떠오른 정은지, '그리스', '헤드윅', '맨 오브 라만차'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최우리의 3인3색 엘 우즈 연기대결이 볼만하다.
연출 장유정, 음악감독 장소영, 안무 강옥순 등 베테랑 스태프들이 다시 뭉쳤다. PMC프러덕션 제작. 내년 3월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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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의 거장 엘튼 존과 전설적인 작사가 팀 라이스가 힘을 합쳐 탄생시킨 '아이다'도 오는 12월 2일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지난 2005년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된 '아이다'는 2010년 성남아트센터 리바이벌 무대까지 총 398회 공연되며 매출 260억원, 관객 38만명의 흥행신화를 기록했다. 아울러 옥주현 김우형 정선아 등을 스타덤에 올려놓으며 뮤지컬 팬이라면 꼭 봐야할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무대 역시 치열한 오디션을 통과한 쟁쟁한 배우들이 무대를 꽉 채운다. 타이틀롤에는 '불후의 명곡'을 통해 '감동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소냐와 차지연이 더블 캐스팅됐다. '지킬앤 하이드' '잭 더 리퍼' 등을 통해 활화산같은 가창력으로 무대를 장악해온 소냐와 '드림걸즈' '서편제'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톱스타 반열에 오른 차지연은 운명 앞에 당당히 맞선 '아이다'에 적역이라는 평이다.
'아이다'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지는 장군 '라다메스' 역에는 '조로'에서 수많은 여성팬을 열광시켰으며, 일본의 '아이다'에서 '라다메스'를 연기해 신화적 존재로 자리잡은 김준현과, '쓰릴미' '넥스트 투 노멀'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최수형이 함께 나선다. 또 2010년 '아이다'에서 빛나는 연기와 가창력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정선아와 오디션을 통해 혜성처럼 나타난 실력파 배우 안시하가 비운의 공주 '암네리스' 역을 맡아 '삼각편대'를 이룬다.
2005년 초연에서 '조세르' 역을 맡았던 이정열과 성기윤이 7년 만에 다시 같은 역할로 합류해 작품에 무게를 실어주며 김덕환, 김선동, 박철완 등 조연들이 뒤를 받친다. 국내연출은 2010년에 이어 박칼린 감독이 맡는다.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공주, 그리고 그 두 여인에게 동시에 사랑받는 장군 라다메스의 러브스토리가 장엄하게 펼쳐진다. 이집트가 인근의 모든 국가들을 식민지화하고 그 백성들을 노예화 하던 시절, 포로로 잡힌 아이다는 장군 라다메스와 운명적으로 조우한다. 암네리스와 결혼이 예정돼있던 라다메스는 아이다를 알게 된 뒤 마음이 흔들린다. 이 작품의 대표 아리아인 '모든 이야기는 사랑이야기(Every story is a love story)'답게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작. 내년 4월 28일까지.
'레미제라블'
뮤지컬 역사상 예술성과 대중성의 양면에서 초유의 성공을 거둔, 두 말이 필요없는 걸작.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역사적인 한국어 공연이 진행 중이다. 장발장 역의 정성화, 자베르 역의 문종원, 판틴 역의 조정은 등 캐릭터와 딱 어울리는 국내 최고의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 1985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개막한 후 27년 간, 전세계 43개국 300개 도시에서 21개 언어로 공연돼 총 600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런던 초연 당시 '티켓이 없으면 훔쳐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해외팀의 공연은 있었지만 공식 한국어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호소력 짙은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들로 가득하다.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A Dream)'을 비롯해 '원데이 모어(One Day More)' '온 마이 오운(On My Own)' '브링 힘 홈(Bring him home)' 등 비장미가 흐르는 웅장한 선율의 음악이 압권이다. 용인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을 거쳐 내년 4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된다.
'지킬 앤 하이드'
배우 조승우를 톱스타 반열에 오르게 한 스테디셀러 '지킬 앤 하이드'도 연말 전국 투어를 펼친다. 대구 부산 대전 등 전국 11개 도시 투어 후 내년 1월8일부터 2월9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약 5주간 공연된다.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아름답고 비장한 넘버들이 일품이다. 이제는 대중적인 히트곡이 된 '지금 이 순간'을 비롯해 '원스 어폰 어 드림' '썸원 라이크 유' '컨프런테이션' 등 가슴을 흔드는 노래들로 꽉 차있다.
선과 악의 양면성을 지닌 인간의 모순이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 얹어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릴러'라는 찬사를 받았다.
서울 공연은 윤영석 양준모 신의정 등 새롭게 합류한 실력파 캐스트들과 정명은 선민 김봉환 등 검증된 이전 공연 캐스트들, 그리고 새롭게 발굴한 신예 이지혜가 나선다. 제작 오디뮤지컬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