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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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일일극 '힘내요 미스터 김'은 제목에서부터 긍정 에너지를 발산한다. 심지어 주인공 이름도 씩씩하기 그지없는 김태평(김동완). 입주청소부이자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김태평은 성(姓)이 다른 네 아이를 돌보는 '총각엄마'다. 남자 가사도우미라는 직업이나 핏줄로 맺어지지 않은 가족관계 때문에 세상의 편견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캔디 근성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김태평의 상대역은 그가 일하는 회장님댁의 딸이자 조카의 담임교사인 이우경(왕지혜). 연적인 백건욱(양진우)도 재벌가 외아들이다. 외적인 조건만 보면 상대가 안 되는 승부다. 그러나 김태평은 그동안 일일극을 이끈 '여자 캔디'들처럼 시청자들의 응원 속에 성실함과 정직함이 통한다는 걸 또 한번 보여줄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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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바보온달과 평강공주'가 떠오르는 설정이지만 요즘의 '남자 캔디'들은 바보온달과는 조금 다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여자의 도움 없이도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는 점에서 바보온달보다 독립적이고 '여자 캔디'보다 주체적이다. 앞서 방송된 MBC '아이두 아이두'에서도 구두회사의 신입사원 남자 주인공이 회사간부인 여자 디자이너와 사랑을 이루는 내용이 그려졌지만, '남자 캔디'들과는 달리 여성 캐릭터의 주도 아래 이야기가 전개됐다.
'캔디형' 남자 캐릭터의 등장은 시청자들의 변화된 취향을 반영한다. 남자 캐릭터에 의존적인 기존의 여성 캐릭터는 이제 '민폐녀'라 불리며 질타를 받게 됐고, '실장님'으로 대변되는 완벽한 남자 주인공은 여러 드라마에서 과소비되면서 매력도가 떨어졌다. 기존의 흥행코드가 점차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상이 점차 부각되면서 캔디 드라마들이 실망스러운 성적을 얻었다. 완벽하지 않지만 정감 가는 남자 주인공이나 재벌녀의 공식을 깬 여자 주인공의 등장은 전형적인 흥행공식을 비트는 재미를 주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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