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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은 4학년으로 소위 명문대가 아닌 대학을 다닌다. 학과도 경영학과나 공과대학 등 취업이 잘 되는 학과가 아니다 보니 남들보다 이와 관련된 준비를 많이 해야 했다. 학점관리는 물론 영어점수를 높이기 위해 어학연수도 다녀왔고, 복수전공도 하면서 열심히 대학생활을 보냈다. 자격증 준비도 필수다. 하지만 취업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취업시즌이 거의 다 지났지만 면접은커녕 서류심사조차 통과되지 못한 것이다. 왜 이런 많은 노력들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일까?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없다면'(김태진 저, 한언)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청년취업 문제에 실질적 대안을 제시한 신간이다.
책의 제목부터 강렬하다. '나 자신'으로 살아갈 때만이 눈앞에 당면한 어려운 문제들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지금의 취업난을 일종의 쓰나미로 규정한다. 그리고 쓰나미를 피해 항구 즉 맹목적인 '스펙 쌓기'로 도망치려는 마음에서 모든 시행착오가 생겨난다고 강조한다. 즉 정면승부만이 해결책이라는 것.
그러다 보니 이 책엔 도망치기 급급하던 뱃머리를 돌려 큰 바다로 나아가는 젊음들이 등장한다. 저자가 코칭과 상담을 통해 함께 고민을 나누었던 이들이다. 쓰나미를 넘고 거친 파도를 헤치며 나아간 이들의 이야기는 생생한 현장감으로 인해 강한 흡입력을 지녔다. 이른바 '무스펙 인생역전' 사례를 비롯해 모든 이야기들이 학벌과 스펙의 불리함을 극복하는 정답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러한 현장감의 배경에는 저자의 독특한 경력이 자리하고 있다. 인사분야 전문가로서 홀홀단신 대학현장에 뛰어들어 지난 6년간 미래를 고민하는 대학생들을 직접 도와온 것이다.
저자는 학생들 중에서도 상위 10%가 아니라 주로 나머지 90%에 속하는 이들에 공을 들여 왔다. 그러면서도 소위 '눈높이를 낮춘 타협'이 아닌 돌직구와 같은 승부를 통해 권하고 함께 고민하면서 그 길을 열어왔다.
이 책이 지닌 값어치 중에서 단 하나를 꼽으라면 그건 '해결책'에 있다. 저자는 '정신차려라'식의 잔소리나 '다 그런 거다'식의 위로로 일관하지 않는다. '무엇 무엇을 해라'라고 했으면 이어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들이 바로 실전 경험을 통해 검증된 취업난의 해법인 것이다.
위로가 범람하고 '할 수 있다'류의 최면술이 모두를 솔깃하게 만드는 요즘 저자는 그 한 켠에서 직접 대학생들과 부대끼면서 우직하고 일관되게 '나머지 90%가 살아남는 법'을 만들어왔다. 그가 보여준 성공사례들 이상으로 신뢰감을 주는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그가 던지는 메시지이다.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분명하게 깨달은 건 타협은 곧 후회를 낳는다는 것이다. 처음엔 어려워 보일지 모르지만 자신을 알게 되는 것,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과감히 나아가는 것, 그것이 올바른 취업은 물론 올바른 삶으로 가기 위한 가장 빠르고도 확실한 길이다."
취업난, 여전히 두려운 쓰나미인가? 그럴수록 바다를 바라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야 저만치 앞서가던 경쟁자들을 훌쩍 뛰어넘어 자신이 간절히 원하던 그런 삶을 열어갈 수 있다고 말이다. 중요한 문제일수록 요령과 잔재주만으로는 벽을 만난다. 더 이상 시행착오가 반복되길 원치 않는다면 이 책과 더불어 그간 미뤄온 가장 중요한 인생숙제를 제대로 해보는 건 어떨까? <스포츠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