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안 타는' 극장가, 이유 알고보니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2-11-13 16:17 | 최종수정 2012-11-15 13:48



"극장가가 가을을 안 타는 이유는…."

완연한 가을이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이럴 땐 "가을 탄다"는 말을 듣곤 한다. 쌀쌀한 가을 날씨에 기분도 싱숭생숭해진다는 얘기다. 그런데 올해 극장가 만큼은 다르다. 가을을 안 탄다. 여름과 변함없이 극장가는 뜨겁기만 하다.

영화 '늑대소년'의 흥행 행진이 여기에 큰 몫을 했다. 감성 멜로 장르란 점에서 가을에 걸맞은 영화다. 하지만 흥행 속도를 보면 성수기에 개봉한 영화 못지 않다. 지난달 31일 개봉해 지난 12일까지 376만 1565명을 동원했다. 개봉 12일 만에 350만 고지를 밟은 이 영화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광해, 왕이 된 남자'(개봉 13일 만에 350만 돌파)보다 흥행 속도가 빠르다.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늑대소년'의 연속 흥행 속에 올해 극장가는 전통적인 성수기인 7, 8월 이후에도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올해 대선이 치러진다는 것 역시 극장가가 가을 안 타게 된 이유 중 하나다.

극장가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소재를 담은 영화들이 유독 눈에 띈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남영동 1985'는 공포의 대명사로 불리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22일 간의 잔인한 기록을 담은 실화이자 고 김근태 의원의 자전적 수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지난 12일 열린 이 영화의 VIP 시사회엔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통합진보당 이정희,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야권 대선후보 네 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 오는 29일 개봉하는 '26년'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조직폭력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민감한 소재를 다룬 탓에 '29년'이란 이름으로 첫 제작을 시도했던 2008년부터 몇 차례 제작 시도를 했으나 무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던 만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정치적 이유로 주목을 받는 이 영화들이 흥행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이처럼 정치적 소재를 담은 영화들이 개봉하면서 극장가가 누리는 효과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 '가을'하면 떠오르는 특정 장르에만 편중되지 않은 영화들이 선을 보이면서 극장가가 '가을을 안 타는' 이유가 되고 있는 셈이다. 올 11월엔 '내가 살인범이다'(액션 스릴러), '자칼이 온다'(코미디), '철가방 우수씨'(드라마), '음치클리닉'(로맨틱 코미디) 등의 영화들이 개봉했거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올해 극장가는 9월엔 1459만 6460명, 10월엔 1528만 8779명을 동원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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