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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감성과 미학의 세계를 선보여온 선안영 시인이 시조집 '목이 긴 꽃병'(작가)을 새로 펴냈다.
시인은 벙어리 할머니가 파는 묵 한 모에서 '꽉 눌려 생략된 말'(적막을 사온 저녁)을 듣기도 하고, 밤톨 구멍에서 빠져나온 애벌레에게서 어둡고 깊은 '목숨이 만들어진 곳'(빈 방)을 보기도 한다. 신덕룡(광주대 문창과 교수) 시인은 그래서 "그의 눈길을 따라가다 보면 놀라운 생의 진면목과 마주치게 된다"고 말한다.
선안영의 시는 이처럼 근원적인 힘의 원천으로서 자연스럽게 숨겨진 것들과 어울리게 된다.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오히려 그 상처의 어둡고 깊은 시간 속으로 들어서야 한다는 역설은 '탄광 속 카나리아 새'(통증와 '절벽에 켜둔 램프'(적벽에서 울다)와 같은 강렬하고 매혹적인 질료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선안영은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나왔으며, 2011년 서울문화재단 문학 창작기금을 받았다. 시집으로 '초록몽유'가 있으며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무등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