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와 방송인 종횡무진 '장르파괴 팔방미인' 김정연

강일홍 기자

기사입력 2012-11-13 14:58







사람의 이미지와 색깔은 밖으로 드러난 언행에 따라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 부르는 노래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민중가요 노래패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 멤버였던 그녀다. 누가 봐도 파격적인 탈바꿈이다.

차분하고 애잔한 통기타 선율로 채색돼 있던 그녀가 이젠 밝고 유쾌한 트로트 장르가 더 잘 어울린다.

가수와 방송인으로 종횡무진하고 있는 김정연(43)은 세월을 건너 뛰며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냈다.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는 KBS 1TV '6시 내 고향'은 김정연의 활약에 힘입어 고향의 서정적인 정취를 물씬 풍긴다. 그녀가 진행하는 인고정 코너 '시골 길 따라 인생 길 따라' 덕분이다.

2년6개월 이상 시골버스를 탄 뒤그녀는 시청자들 사이에 '국민 안내양'이란 호칭이 붙어다닐 만큼 강렬한 이미지로 채색됐다.

김정연은 전국 방방곡곡 어디든 버스를 타고 장터로 향하는 어르신들의 짐을 살피며, 구수한 입담으로 세상 사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헤친다. 사전 답사는 커녕 대본조차 있을리 없다. 오직 그녀만의 순발력과 즉흥 애드리브로 흥겨운 삶의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현란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전문 말꾼' 방송인들이 무색할 정도다. 늘 입가를 떠나지 않는 환한 미소, 순수함과 진솔함은 차라리 리얼이다. 노찾사 시절 조용하고 말이 없던 내성적인 그녀를 도무지 떠올리기가 힘들다.

"솔직하게 말할게요. 처음엔 안내양 이미지가 죽기 보다 싫었어요. 아트비전에서 소품으로 갖고 있던 70년대 스타일 시내버스 안내양 의상을 입고보니 그렇게 촌스러울 수가 없더라구요. 그런데 그 이미지가 지금은 제 고유 트레이드마크가 됐네요."




'6시 내고향'은 예능과 교양을 버무려 지역소식을 전달하는 퓨전 정보 프로그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6시 내고향'은 비주류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시청률로만 보면 인기스타를 동원한 순수 예능 프로그램 못지 않다. 비주류가 주류를 타고 넘을 때도 있는 법이다.

김정연을 비롯한 MC, 리포터들은 '주류 같은 비주류'로 자신들만의 영역을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는다. 특히 그녀가 맡고 있는 '시골 길 따라 인생 길 따라' 코너는 '6시 내고향' 전체 시청률을 견인할 만큼 인기다. 타 코너에 비해 늘 1~3%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명한 작품이라도 주연만 존재하는건 아니잖아요. 주연을 능가하는 조연들이 있어서 더 감동적이고 빛이 나는게 아닐까요."

가수로서는 더욱 극적이다. 그녀는 트로트로 장르파괴를 시도한 뒤 지금까지 두 장의 정규 음반을 냈다. 최근엔 트로트 메들리까지 만들었다.

1집 '사랑하니까'를 내고 활동하다 '6시 내고향'의 '시골 길 따라 인생 길 따라'의 컨셉에 맞춰 2집 '고향버스'를 냈다. '고향버스'는 이제 '6시 내고향' OST 처럼 불린다.

얼마전 선보인 트로트 메들리 '김정연의 고향버스 빵빵 메들리'는 선주문이 넘쳐 재판에 들어갔다. 동료가수들의 인기 트로트곡 40곡이 담긴 이 스페셜 음반은 빠르고 경쾌한 멜로디(템포 149) 만큼이나 수요도 가파르다.

과거엔 트로트 메들리 하면 무명가수나 부르는 것 쯤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엔 인기가수들이 너도 나도 트로트 메들리를 낸다. 차별화된 대중적 트렌드를 살려 제작하는 관계로 진짜 실력이 검증되지 않으면 음반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노래라서 더 힘들죠. '나는 가수다'나 '불후의 명곡' 처럼 노래 분위기를 새롭게 리메이크 하는 건 기본이고, 팬들의 음악적 기대감이 커져 웬만해선 명함을 내밀기 힘들어요. 그래서 한곡 한곡 피나는 연습을 하죠. 그렇지 않으면 오리지널을 능가하는 호응도를 얻을 수 없습니다."


빠르고 경쾌한 트로트 메들리 '김정연의 고향버스 빵빵 메들리'를 내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국민 안내양' 김정연.


김정연은 대학시절이던 90년대 초반부터 4년간 노찾사 멤버로 활동했다. 이후 라디오 리포터 겸 진행자로 방향을 틀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주시하는 대중적인 시각으로 보면 사실상 모든 활동을 접었던 셈이다.

하지만 정작 가슴에 꼭꼭 묻어둔 열정과 끼는 뒤늦게 분출했다. 남편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아 가수로의 복귀를 결심했다. 그리고 2008년 과감하게 트로트 가수로 변신했다.

"모든 건 마음 먹기 달렸더라구요. 처음엔 성인가요를 부를 엄두를 못냈지만 한번 결심을 하고 나니 별개 아니더군요. 지금은 되레 즐기고 있습니다. 노찾사 시절엔 꿈도 꾸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들이 저의 숨은 열정을 부추깁니다."

그녀는 시청자들 사이에 자신의 인지도가 상승해갈수록 마음에 새기는 것이 있다. '자만은 금물'이라는 문구다. 김정연은 "근래 부쩍 지자체 홍보대사 제의가 밀려들어 조금씩 인를 실감한다"면서 "팬들이 저를 알아봐주고 반길수록 초심을 잃지 않는 겸손함으로 전념하겠다"고 다시한번 결의를 다졌다.
강일홍 기자 ee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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