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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 세간을 떠들석하게 했던 방송인 한성주(38)의 동영상 파문과 이에 뒤따른 법정공방이 11개월 만에 하나의 매듭을 지었다. 한성주의 전 남자친구 크리스토퍼 수가 한성주와 그의 어머니, 오빠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며 피해보상으로 5억원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8일 재판부가 기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사건이 미친 파장에 비해 겉으로 드러난 진실은 아직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희대의 스캔들로 꼽히는 한성주 사건을 재구성했다.
이어진 법정공방도 진흙탕 싸움이었다. 한성주 측은 지난 해 3월 사건 당시 크리스토퍼 수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과 홍콩으로 출국하는 크리스토퍼 수와 인천공항까지 동행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폭행을 당했다"는 크리스토퍼 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결정적인 증거 없이 주장과 반박만 반복되는 와중에도 사건의 당사자인 한성주와 크리스토퍼 수는 뒤에 숨어서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형사 사건을 담당한 서울 동부지검은 양측의 맞고소 건에 대해 기소중지를 내렸다. 크리스토퍼 수의 행방이 불분명한 데다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어 조사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결국 형사소송과는 별도로 5억원의 피해보상에 대한 민사소송만이 지루한 법정싸움을 이어갔다.
한성주 민사소송 승소, 스캔들 이대로 끝?
한성주의 법률대리인 임상혁 변호사는 "애초에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어떻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소송을 거는 일이 가능한가. 이번 소송을 제기할 당시에도 크리스토퍼 수는 존재하지도 않는 주소로 소송을 걸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은 철저히 도망다니면서 한성주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이번 재판을 통해 진실이 밝혀져 다행"이라고 밝혔다.
반면 크리스토퍼 수의 법률대리인 이재만 변호사는 재판부의 선고에 대해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며 "사건 당일 한성주가 크리스토퍼 수와 함께 있었다는 것을 한성주 측이 인정했는데도 재판부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추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초 크리스토퍼 수 측은 이번 민사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기소중지됐던 형사고소건의 진행을 요청할 예정이었으나 1심 패소로 이 또한 어려워졌다. 동영상의 유포자가 누구인지와 집단 폭행에 대한 형사적 판단 등 사건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문제들은 아직 미궁 속에 빠져 있다.
한성주의 방송 복귀 가능한가?
승소 여부와는 별개로 한성주의 방송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최악으로 치달은 폭로전과 법정공방을 통해 개인의 치부가 세상에 낱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폭로 내용의 진실 여부와는 관계 없이 한성주의 이미지는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
한성주는 명문대 출신으로 1994년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되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1996년에는 SBS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해 간판 아나운서로 활약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1999년에는 모 그룹 회장 아들과 결혼하며 대중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결혼 10개월 만에 이혼한 뒤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학업에 열중했다. 몇 해 전 다시 방송에 복귀한 뒤에는 기존의 지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솔직한 입담을 자랑하며 아나운서 시절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 백치미에 섹시한 이미지가 덧입혀지면서 방송계에서 탐내는 독특한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그러나 희대의 스캔들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졌다.
한성주 이전에도 몇몇 여자 연예인이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일방적인 피해자였고, 이후 자숙의 시간을 거쳐 복귀한 뒤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한성주는 오히려 폭행사건의 가해자로 소송에 휘말린 탓에 대중의 동정 어린 시선을 받지 못했다. 형사소송을 통해 사건의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가려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중의 불편한 시선도 따라다니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성주가 법적으로 모든 혐의를 벗더라도 방송 복귀는 불가능하다"며 "한성주의 방송 출연이 잠깐의 화제를 모을 수는 있겠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