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흥행 실패 팩션사극, 이대로 괜찮나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2-11-05 14:55 | 최종수정 2012-11-08 08:12


사진제공=MBC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의 합성어인 '팩션' 사극이 올 상반기 안방극장을 점령했었다. 유례없이 많은 사극들이 대거 '팩션'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선 아직 '물음표'다. 이렇다하게 성공한 작품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기발함과 탄탄한 스토리가 바탕이 된 팩션이 왜 몰락한 것일까.

지난 해부터 올 초까지는 '공주의 남자'와 '뿌리깊은 나무' 그리고 '해를 품은 달'까지 걸출한 팩션 사극들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올해는 '신의' '아랑사또전' '대풍수' '마의' '무신' '닥터진' 등이 연이어 선보였지만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태왕사신기'를 성공시킨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가 의기투합한 SBS '신의'는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지만 막상 전파를 타자 관심이 시들해졌다. 초반에는 복병 MBC '골든타임'에 밀리더니 후반에는 '울랄라부부'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떠났다. MBC '아랑사또전' 역시 KBS2 시대극 '각시탈'과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에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SBS '대풍수' 역시 지난 1일 방송에서 10%(AGB닐슨)를 간신히 넘었다. 200억원이 넘는 제작비와 2년여가 넘는 준비기간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이같이 팩션 사극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이유는 우선 너무 많은 작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피로감을 들 수 있다. 팩션사극이 인기를 모으자 너무 많은 팩션사극들이 기획됐다. SBS 월화극 '신의'와 수목극 '대풍수'에는 똑같이 최영과 공민왕이 등장해 다른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을 정도다.
&35829;신의&36085; 방송화면 캡처
게다가 지난해 사극에 비해 올해는 지나치게 상상력이 부풀려진 작품이 많았다. '공주의 남자'나 '뿌리깊은 나무'는 기존 역사적 사실의 틀에 상상력을 맞춰 스토리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사극들은 만들어진 이야기 위에 역사적 사실을 끼워맞추는 듯한 모양새다. '아랑사또전'은 판타지 사극에 가까웠고 '신의'는 조그마한 역사절 사실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덧붙여 흥미를 떨어뜨렸다. 그나마 이병훈 PD의 '마의'는 시청률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태. 하지만 '마의'는 이PD의 연출 기법을 보면 팩션이라기 보다는 정통사극에 가깝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올해는 타임슬립이 팩션 사극의 주요 소재로 떠올랐지만 이렇다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시간을 거스른다는 설정이 시청자들에게 리얼리티를 심어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팩션 사극 들도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부족했다는 평이 많다. 내실있는 대본이 절실한 때다"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전우치' '불의 여신 정이(가제)'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제)' '이순신 외전(가제)' 등이 줄줄이 전파를 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작품들이 앞서 지적된 약점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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