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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영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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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시절부터 함께해 온 스타제국을 떠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늦을 것 같았다. 결국 1인 기획사를 설립, '애니모어'와 '렛츠 댄스'를 발표했다. 킬힐과 강한 메이크업, 카리스마 댄스로 대변됐던 이전 모습과는 달리 한층 가볍고 자연스러워진 느낌이다. 특히 킬힐을 "아가들"이라 부를 정도로 강한 애착을 드러내 '신상녀'란 별명을 얻기도 했던 그가 운동화를 착용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서인영은 "조던 운동화에 꽂힌 것도 있고, 지금은 사실 스트릿 패션이 제일 좋은 것도 있다. 하지만 노래를 열심히 하고 싶고,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다. '신상녀' 이미지 말고 노래에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를 비롯해 수많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촬영하면서 사생활 노출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밤에 자다가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느낌에 깜짝 놀라 일어나 카메라를 찾았던 적도 있다. 집에서 쉬어도 불안했다"는 설명. 하지만 한동안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힐링 타임을 가지면서 서인영 본연의 모습을 찾았다. 그는 "노래를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서인영다우면서도 새로운 노래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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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참 좋아'라며 윙크를 하고, 화려한 '털기춤'을 선사했던 서인영도 어느덧 29세. 20대를 마무리하는 기분은 어떨까? 서인영은 "신기하다. 그래도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훅 지나갔다. 정아 언니도 '네가 그 나이 된 게 말이 돼? 아직도 서초딩 같은데'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20대를 돌아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평범한 일'은 해보지 못했다는 것.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이라고는 하지만 공인으로서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연예인 서인영'과 '여자 서인영' 사이에서 항상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차근차근 자리를 잡으며 발라드와 댄스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여성 솔로 가수로서의 입지를 닦았다는 점은 뿌듯하다고.
30세를 바라보는 그는 기대감에 가득 찬 모습이다. 스스로 "이제는 내가 정말 성숙해야 할 때"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서인영은 "박선주가 '넌 노래도 잘하고 매력도 있는데, 쇼핑할 시간 좀 줄이고 노래를 더 해봐라. 그럼 대박일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이 참 와 닿더라. 패션은 내게 피부 같은 존재긴 하지만 노래가 더 좋아졌다. 진짜 음악에 대해 알고 싶고, 노래를 더 잘하고 싶고, 여러 장르의 음악을 하며 깊이를 더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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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영은 '렛츠 댄스'로 활발한 활동 중이다. '렛츠 댄스'는 80년대 초반 일렉트로 디스코와 포스트 디스코 작법으로 댄스 음악의 원형을 재구성한 트랙으로, 경쾌한 핫팬츠와 루즈핏 상의에 운동화를 매치한 서인영의 패션도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렛츠 댄스' 활동과 연말 시상식 무대를 마무리한 뒤 내년 정식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다.
언젠가 후배를 양성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프로듀싱까지 욕심내진 않지만 스타일링 등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 줄 생각이다. 서인영은 "가수는 일단 노래를 해야 한다. 퍼포먼스만 한다면 그건 가수가 아니다. 실력 있는 사람이라면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빠듯한 스케줄도 좋지만 '여자 서인영'으로서의 행복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연애는 하겠지만, 연예인은 사양이다. 평범한 사람을 만나 이제까지 해보지 못했던 일상의 작은 행복을 누리고 싶다고. 하지만 결혼은 아직이다. 그는 "이젠 정말 누군가를 만나면 잘해주고 싶다. 편하게 만나고 싶다. 여행도 다니고 싶고, 같이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싶다. 여자니까 명품백, 구두 같은 걸 좋아하긴 하지만 원래 소박한 편이고 많이 해봐서 미련도 없다. 사소한 것들을 해보고 싶다. 가장 해보고 싶은 건 롯데월드에 대놓고 가보는 거다. 하지만 결혼은 아직 부담스럽다. 상상이 안 된다. (결혼을) 하게 된다면 30대 중반쯤?"이라며 웃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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