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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는 항상 의외의 선택을 해왔다. 2005년 영화 '왕의 남자'의 공길 역으로 혜성같이 등장해 단숨에 톱스타가 됐지만 이후의 행보는 예측불허였다.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든 아름다운 얼굴을 버리고 난데없이 고등학생 싸움고수가 됐고('플라이 대디'), 묵직한 느와르풍 액션 드라마를 통해 기존의 중성적 이미지를 산산조각냈으며('개와 늑대의 시간'), 그에게 현대적 감성이 덧입혀지던 무렵 다시 사극으로 돌아가 서민적 영웅으로('일지매') 거듭났다. 마치 자신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를 일부러 배반하듯이 말이다.
그간의 공백에 감각이 무뎌지진 않았을까 겁을 먹은 탓에 촬영 전엔 다소 경직되기도 했었단다. 그래서 언제나 그랬듯 현장과 친숙해지는 것부터 시작했다. 나아가 적극적으로 작품에 아이디어를 보태기도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액션 은오'다. "설정에는 은오에게 액션 능력이 별로 없었어요. 제가 먼저 액션으로 오락성을 가미하자고 제안했죠. 그런데 군대 다녀오니 액션이 더 어렵더라고요. 스피드도 떨어지고 발차기도 안 되고…. 그래서 직접 액션 디렉팅에 참여했어요. 제 몸 상태는 누구보다 제가 잘 알잖아요. 몸에 맞는 액션을 해야 시청자들께 더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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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사또전' 종영 이후 나흘밖에 못 쉬었는데도 이준기는 차기작을 빨리 결정하기 위해 인터뷰 스케줄 틈틈이 시나리오와 대본을 보고 있었다. 그의 연기 열정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듯했다. 팬 사랑 역시 화끈하다. 일본 음반 발매를 준비하는 것도 팬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순수한 열정 때문이다. '뜨거운 남자' 이준기, 그의 비등점은 1000도쯤 되는 것 같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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