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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준기 "군대 2년, 배우로서 여유 생겼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11-02 13:40


군 제대후 사또역으로 돌아온 배우 이준기를 만났다. 이준기는 18일 종영한 드라마 '아랑사또전'에서 전 재상 김응부 대감의 서얼로 뛰어난 지능과 예상외의 직감, 통찰력을 가진 사또 은오 역을 맡아 큰 사랑을 받았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2012.10.30.

이준기는 항상 의외의 선택을 해왔다. 2005년 영화 '왕의 남자'의 공길 역으로 혜성같이 등장해 단숨에 톱스타가 됐지만 이후의 행보는 예측불허였다.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든 아름다운 얼굴을 버리고 난데없이 고등학생 싸움고수가 됐고('플라이 대디'), 묵직한 느와르풍 액션 드라마를 통해 기존의 중성적 이미지를 산산조각냈으며('개와 늑대의 시간'), 그에게 현대적 감성이 덧입혀지던 무렵 다시 사극으로 돌아가 서민적 영웅으로('일지매') 거듭났다. 마치 자신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를 일부러 배반하듯이 말이다.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돌아보며 이준기는 "귀가 얇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누가 해도 무조건 기본 이상의 성적이 나올 것 같은 작품들도 많았지만, 안정적인 선택 대신 모험을 강행한 건 "새로운 걸 만들고 부수면서 자신을 실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준기는 "애써 외면하려 해도 자꾸 대본에 손이 가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종영한 MBC '아랑사또전'도 바로 그 손이 먼저 알아본 작품이다. 죽음의 진실을 찾고자 하는 처녀귀신 아랑과 사또 은오의 로맨스 활극. 군 제대 후 복귀작으로 선택하기엔 장르적으로 난이도가 꽤 높았다. "워낙 특이한 작품이니까 요즘처럼 삭막한 세상에서 유치하거나 개연성 없게 보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내용이 정말 참신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니까 대본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어요. 한국형 판타지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욕심도 생겼고요."

그간의 공백에 감각이 무뎌지진 않았을까 겁을 먹은 탓에 촬영 전엔 다소 경직되기도 했었단다. 그래서 언제나 그랬듯 현장과 친숙해지는 것부터 시작했다. 나아가 적극적으로 작품에 아이디어를 보태기도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액션 은오'다. "설정에는 은오에게 액션 능력이 별로 없었어요. 제가 먼저 액션으로 오락성을 가미하자고 제안했죠. 그런데 군대 다녀오니 액션이 더 어렵더라고요. 스피드도 떨어지고 발차기도 안 되고…. 그래서 직접 액션 디렉팅에 참여했어요. 제 몸 상태는 누구보다 제가 잘 알잖아요. 몸에 맞는 액션을 해야 시청자들께 더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군 제대후 사또역으로 돌아온 배우 이준기를 만났다. 이준기는 18일 종영한 드라마 '아랑사또전'에서 전 재상 김응부 대감의 서얼로 뛰어난 지능과 예상외의 직감, 통찰력을 가진 사또 은오 역을 맡아 큰 사랑을 받았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2012.10.30.
부채만으로도 상대를 날렵하게 제압하는 은오의 활약 덕분에 '아랑사또전'의 볼거리는 풍성했다. 초반부 천상세계와 황천길 모습 등을 표현한 CG와 비주얼도 압권이었다. 그러나 극 중반부에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미지근하게 흘러가면서 경쟁작에 시청률을 역전 당한 아쉬움이 남았다. 주연배우로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을 터. 그러나 이준기는 시청률의 영향을 배제하되 더 까다롭게 작품을 모니터했다. '아랑사또전'은 물론 경쟁작까지 실시간 시청률을 체크하면서 어떤 장면에서 시청률이 좋아지는지 분석해 의견을 전달했다. 대신 현장에서는 더 밝고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분위기 매이커로 활약했다. 그의 곁엔 명콤비인 권오중도 함께했다. "이번 작품에선 파트너 복이 특별히 좋았던 것 같아요. 권오중이라는 인맥도 얻었고, 신민아씨처럼 몸을 아끼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여배우도 만났고요. 진짜 연기하는 맛이 났다니까요. 초반의 기대를 못 채워드렸지만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과분한 호평 덕분에 큰 힘이 됐습니다."

확실히 이준기는 여유로워졌다. 군대에서의 시간과 서른이라는 나이 덕분일까? 이젠 인터넷 댓글에서 도움이 될 만한 비판을 골라내 자기 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만큼 노련해졌다. "처음 군대에선 갑작스러운 위치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군대는 모든 것을 내려놓게 만들더군요. 공인으로서의 부담감이나 인기에 대한 자만심도 돌아보게 됐고요. 제게 주어졌던 기회가 얼마나 소중했는지도 알게 됐죠.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내면이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아랑사또전' 종영 이후 나흘밖에 못 쉬었는데도 이준기는 차기작을 빨리 결정하기 위해 인터뷰 스케줄 틈틈이 시나리오와 대본을 보고 있었다. 그의 연기 열정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듯했다. 팬 사랑 역시 화끈하다. 일본 음반 발매를 준비하는 것도 팬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순수한 열정 때문이다. '뜨거운 남자' 이준기, 그의 비등점은 1000도쯤 되는 것 같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군 제대후 사또역으로 돌아온 배우 이준기를 만났다. 이준기는 18일 종영한 드라마 '아랑사또전'에서 전 재상 김응부 대감의 서얼로 뛰어난 지능과 예상외의 직감, 통찰력을 가진 사또 은오 역을 맡아 큰 사랑을 받았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201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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