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드라마에 빠지지 않는 것 '웃음 코드'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10-26 16:37 | 최종수정 2012-11-01 13:36


사진제공=김종학프로덕션

잘나가는 드라마에 꼭 빠지지 않는 것, 바로 웃음 코드다. 요즘엔 코미디 드라마만 웃기지 않는다. 복수극도 정통사극도 깨알같은 설정으로 쏠쏠한 재미를 더하고 있다. 드라마가 시종일관 진지하기만 하다면 피로감도 높아질 터. 극의 중간중간 배치된 코믹 설정들은 극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다. 주조연 배우들의 감칠맛나는 연기도 여기에 한몫한다.

최근에 '능청 연기'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배우는 바로 조승우다. MBC 사극 '마의'에서 말을 고치는 수의사인 '마의' 백광현 역을 맡은 조승우는 동물을 치료하고 돌볼 때는 진지하고 심각한 모습을 보이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면 유쾌하게 돌변한다. 왜인마을 주점에서 위기에 처한 강지녕(이요원)과 숙휘공주(김소은)를 구해준 후 숙휘공주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 "당신이 공주면 나는 영의정 아들이다"라며 허풍을 치기도 했고, 사복시에서 재회한 강지녕에게 첫 만남의 장소를 언급하며 "낮엔 정숙하지만 밤엔 놀 줄 아는 여자"라고 놀리기도 했다. 어딘가 익숙한 이 대사는 바로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의 가사인 '정숙해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여자'의 패러디다. 이뿐만 아니다. 강지녕에게 "그쪽은 참 비밀도 많다. 내일은 또 얼마나 큰 비밀이 펼쳐질런지. 혹시나 걱정돼서 하는 소린데 '투전' 하지 마라. 그러다 쫄딱 망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승우가 영화 '타짜'에서 연기한 전설적인 도박꾼 '고니'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자칫 손발이 오글거릴 수도 있는 설정들을 능청스럽게 표현해낸 조승우의 연기는 드라마 인기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목장 동료이자 친구인 안상태와의 콤비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생명에 대한 존중과 헌신, 궁궐 내 암투, 출생의 비밀 같은 묵직한 이야기 속에서도 캐릭터가 짓눌리지 않고 생동감 있게 살아날 수 있었던 데는 재치 있는 대사와 에피소드의 힘이 컸다.


사진캡처=KBS
MBC '메이퀸'도 감초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드라마다. 추악한 재벌 장도현(이덕화)을 몰락시키기 위해 그의 휘하로 들아가 '악마 변신'을 선언한 박창희(재희)의 복수극이 시작된 가운데, 여주인공 천해주(한지혜)의 가족들은 해주를 괴롭힌 장도현 일가에 맞서 집기를 부수고 몸싸움을 펼치는 등 거침없는 활약을 펼쳤다. 어머니 달순(금보라)과 천하태평 아들 상태(문지윤) 등 해주 가족들의 찰떡호흡은 웃음과 함께 애잔한 가족애를 전하며 무거운 복수극에 숨통을 틔워줬다. 개구쟁이처럼 유쾌한 강산(김재원)과 천해주의 알콩달콩한 로맨스도 이 드라마의 주요 관람포인트다.

KBS2 '울랄라부부'에서 영혼이 뒤바뀐 부부로 호흡을 맞추는 신현준과 김정은은 물오른 코믹 연기로 안방극장을 휘젓고 있다. 손끝의 터치와 얼굴 근육의 떨림마저 섬세한 신현준의 여성 연기는 김정은을 판박이한 듯하고, 김정은의 선 굵은 남성 연기는 이제 신현준 그 자체로 보일 지경이다. 최근엔 김정은이 영혼은 남자, 몸은 여자인 채로 임신을 하게 되면서 극 전개는 또 한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정은이 입덧을 하며 '멘탈붕괴'에 빠진 모습은 마치 입덧을 처음 경험하는 남자처럼 리얼해 더욱 화제가 됐다.

하지만 코믹 요소를 자칫 남발하게 되면 간혹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마의'와의 경쟁에서 초반 승기를 잡았던 '울랄라부부'가 결국 역전 당한 것도 그래서다. 코미디를 표방한 드라마이지만 영혼 체인지라는 기발한 설정에서 나오는 에피소드가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재미와 웃음의 강도가 다소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방송을 통해 얻고자 하는 웃음 요소는 여러 개그 프로그램에서 소화되고 있고 드라마에서는 진지한 메시지를 원하는 방향으로 시청 취향이 변하고 있어서 코미디 드라마들이 예전만큼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 같다"며 "적재적소에 배치된 코미디 요소는 극의 윤활유가 되지만 표현이 과하면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연출의 묘수를 발휘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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