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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의 '라이트 나우'(Right Now)가 최근 '19금 딱지'를 ?I다.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지난 12일 음악분야 심의분과위원회가 '라이트 나우'를 비롯해 300여곡에 대해 내린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 철회 결정을 받아들였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자 여성가족부가 뒤늦게 여론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싸이의 팬들에겐 어쨌든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마음껏 웃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영화계 사람들이다. 왜일까?
한 영화 관계자는 "같은 영화를 두고도 우리나라가 좀 더 보수적으로 심의를 하는 것 같다. 자신이 만든 영화를 좀 더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 제작 관계자들로선 아쉬운 일"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 개봉한 '위험한 관계'를 예로 들어보자. 이 영화는 국내 감독인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장동건이 주연으로 출연했지만, 중국 제작사가 제작비 전액을 부담한 작품이다. 전체 관람가 등급만 상영이 가능한 중국에서의 개봉을 염두에 둔 듯 '위험한 관계'엔 파격적인 노출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세 남녀의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노출신이 등장할 법도 했다. 중국에선 지난 9월 개봉해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지난 11일 국내에선 청소년 관람불가로 개봉했다. 영등위 측은 "여성 편력이 화려한 남자의 부적절한 여자 관계를 묘사하는 등 주제 및 내용, 선정성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하게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는 영화들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문제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는 경우다. 국내엔 제한상영가 전용 극장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상영 금지를 의미한다.
최근엔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 시대정치와 현실참여'가 제한 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경찰의 마스코트인 포돌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영화다. 이 영화가 제한 상영가 판정을 받은 이유는 "대사 및 주제에 있어서 특별 계층에 대한 경멸적 또는 모욕적 표현을 사용하고, 개인의 존엄을 해치는 내용의 표현 수위가 극심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가당착: 시대정치와 현실참여' 측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고, 11월 1일 제한상영가 선정 취소 행정소송 청구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영화 측은 "우리 사회의 헐벗은 문화 수준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풍자를 통해 한국 사회를 조롱하고 비판하고자 했던 작품의 의도는 사전에 철저히 봉쇄됐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동성애를 그린 '줄탁동시', 노인들의 성에 대해 다룬 '죽어도 좋아', 수위 높은 폭력성이 문제가 됐던 '악마를 보았다' 등이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바 있다.
계속되는 논란 이유는?
영등위의 등급 판정에 대해 계속해서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은 기준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영등위 위원들의 자의적인 분류에 의해 영화가 나눠진다"는 비판이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영화 '터치'의 민병훈 감독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 자의적인 판단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한다. 영등위가 우리 청소년들을 굉장히 우습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포용할 만한 적절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난 2008년 헌법재판소는 제한상영가 등급이 명확성의 원칙과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을 위배한다며 헌법불일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에 걸맞은 제도 변화와 다양한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풍토 마련이 되지 않다 보니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일부에선 정부 중심의 폐쇄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영화 등급에 대한 심의가 시민 중심의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영등위는 지난 9월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의 등급을 정하는 전문위원 6명을 위촉해 등급 분류 처리 기간을 기존 26일에서 10일로 단축하고, 그동안 모호하다고 지적을 받아온 영화 등급분류 기준을 구체화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