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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아침. 평온하다. 남자(강마루)는 샤워를 하고, 여자(서은기)는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남자는 샤워도중 거울에 '행복'이란 두 글자를 새긴다. 그리고 지운다. 거울에 비친 강마루(송중기)가 미소를 짓고 있다. 역시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인가. 어느새 남자는 요리하다 말고 과거를 떠올리려 애쓰는 여자의 등뒤로 다가와, 마치 딴 생각하지 말라는 듯 달콤한 백허그를 작렬한다. 기억을 더듬으며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던 여자는 그제서야 안도한다. 하지만 여자의 불안감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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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희는 동생 은석에게 냉담하고 막대했던 서은기가 그와 함께 놀아주는 모습에 당황했고, 조개알러지가 있는 은기가 무심코 조개를 먹자 두 번 놀랐다. 그래서 재희는 은기가 소름끼치게 싫어하는 음식 가자미식혜를 내놓았다. 그동안 내가 알던 서은기가 맞는지 확실히 검증하기 위해서, '우리 서은기가 달라졌어요.'라면 무엇이, 왜? 그러나 때마침 마루가 도착했고, 가자미식혜가 식탁에 오른 이유를 알아채고는, 마루가 조작한 은기의 메모를 재희에게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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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재희와 나눈 대화를 통해, 마루에 대한 옛기억이 떠올랐고, 그것이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은기는 마루에게 누구냐면서, 처음 보는 사람인 양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것은 은기가 마루를 전혀 기억하지 못해서 아니라, 마루를 모른 척한 은기의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착한남자' 13회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은기의 행동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바로 13회내내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입을 돌고 돌았던 거짓말이고, 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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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재희와 강마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의혹을 가지고 혼란을 겪으며, 끝내 실신까지 이어진 문채원의 집중력이 살아있는 연기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완벽에 가까웠다. 드라마는 '조작'을 얘기하는 데, 문채원은 극 안에 '리얼'을 불어넣고 있었다. 픽션안에 리얼을 숨쉬게 하는 연기. 그 순간만큼은 착한 연기력의 소유자 송중기가 부럽지 않았다. 그렇게 착한남자 13회는 문채원의 원맨쇼로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착한남자 13회에서, 기억을 빨리 되찾아서 마루를 돕고 싶다던 은기에게 마루가 말했다. 그냥 이대로가 좋다고. 그렇게 마루는 은기가 기억을 찾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고, 그만큼 은기를 사랑하고 있었다. 은기가 마루의 그 말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은기가 기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거의 다 찾았는지도 모른다. 마루를 모른 척하는 은기를 통해 촛불이 꺼진 13회의 마지막은, 폭풍이 몰려 온 14회의 기대감을 부풀린다.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