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계는 지금 '성대 전쟁' 중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10-23 18:44 | 최종수정 2012-10-25 08:36


사진제공=Mnet

요즘 예능계에선 '성대 전쟁'이 한창이다. 서바이벌 오디션에서부터 리얼 버라이어티, 토크쇼, 코미디 등 거의 대부분의 예능 포맷에서 노래를 다루고 있다. 출연진은 무대에서 가창력을 겨루고, 시청자들은 그들에게 투표를 행사하며 웃음 대신 음악을 즐긴다. 노래 부르기에 몰두하는 예능, 이유가 뭘까?

음악 예능 전성시대

케이블엔 Mnet, MBC뮤직, SBS MTV 같은 음악 전문 채널이 있다. 지상파에서도 KBS2 '뮤직뱅크'와 MBC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처럼 방송사를 대표하는 음악 순위 프로그램들이 주말마다 방송된다. 이뿐만 아니다. 금요일 심야엔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있고, KBS1 '콘서트 7080'과 MBC '아름다운 콘서트' 같은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도 일요일 밤 11시대와 12시대에 나란히 방송되고 있다. KBS1 '전국노래자랑'과 '열린음악회', SBS '도전 1000곡'은 각각 30년, 20년, 10년을 넘긴 장수 프로그램이다. 월요일 밤 KBS1 '가요무대'는 '이한철의 올댓뮤직'으로 이어지고,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품격 있는 무대가 펼쳐진다. 얼마 전 종영했지만 SBS '이효리와 정재형의 유&아이'도 '제2의 스케치북'이라 불리며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노래를 가장 버라이어티하게 활용하는 프로그램은 역시 오디션이다. 오디션 열풍을 불러온 Mnet '슈퍼스타K'는 벌써 네번째 시즌을 진행 중이다. '슈퍼스타K'를 통해 서인국, 허각, 장재인, 존박, 버스커버스커, 울랄라세션 같은 뮤지션들이 데뷔 기회를 얻었고, 이번 시즌에도 유승우, 로이킴, 정준영, 홍대광 같은 예비 스타들이 폭발적 관심을 얻고 있다. MBC '위대한 탄생3'도 지난 19일 첫 방송에서 '리틀 임재범' 한동근과 '유튜브 스타' 이형은을 소개하며 화제몰이를 톡톡히 했다. 오는 11월엔 SBS 'K팝스타' 시즌2도 출범한다.

기성 가수들도 서바이벌 예능 무대에서 예외는 아니다. KBS2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에서는 실패와 좌절을 겪은 가수들의 재기 오디션이 펼쳐지고 있고, 인디 밴드들의 경연장이 됐던 '톱밴드'도 얼마 전 우승자 피아를 배출하며 시즌2를 마쳤다. '나는 가수다2'는 매달 뽑힌 '이달의 가수'를 모아 오는 12월 '올해의 가수'를 뽑는 '가왕전'을 준비 중이다. KBS2 '불후의 명곡2'도 아이돌 가수들의 가창력을 재조명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밖에도 '세시봉 열풍'을 일으켰던 MBC '놀러와'는 최근 '방바닥 콘서트-보고싶다' 코너에 들국화와 공일오비를 초대해 향수를 자극했고, KBS2 '남자의 자격'에서도 세번째 합창단 프로젝트인 '패밀리합창단'을 진행하고 있다. MBC '무한도전' 역시 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 나름 가수다 특집, 올림픽대로가요제 등 노래와 관련된 독창적인 아이템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MBC
음악 예능의 인기 오래 갈까?

'음악 예능'의 인기에 대해 노래를 유독 좋아하는 국민성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하지만, 예능의 소재로서 노래 자체가 가진 매력도 무시 못할 요인으로 꼽힌다. 대중가요는 한 시대를 관통하는 문화코드로 기능한다. 노래는 공감대를 이루기에 가장 좋은 소재 중 하나다. 시청자들에게 호소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영화 '건축학개론'과 tvN '응답하라 1997'이 신드롬을 일으킨 것도 작품에 삽입된 90년대 히트곡들의 영향이 컸다. '슈퍼스타K'에 화제성에서 뒤지는 '위대한 탄생'이 줄곧 10%대 시청률을 유지했던 것처럼, 노래는 기본 이상의 시청률을 보장하는 인기 소재다.


앞서 살펴보았듯 노래는 예능의 다양한 포맷 안에서 변형, 발전시키기도 쉽다. 심지어 KBS2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 코너처럼 코미디 안에서도 소화된다. 이들의 노래는 객석과의 거리를 좁히고 공개 코미디의 현장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방송사 예능 PD들은 신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소재가 노래라고 말하곤 한다.

음악 예능이 아이돌 가수들에 밀려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던 가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임재범, 김범수, 박정현, 김연우 같은 가수들이 재조명됐고, 시즌2에서도 더원, 국카스텐, 이정 같은 가수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 가요계의 흐름도 바꿔놓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뤄진 노래들은 곧바로 음원 시장의 인기로 이어지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는 다시 반대로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예능의 소재로서 유행어만큼이나 생명력이 길다는 얘기다.

그러나 '슈퍼스타K'의 대성공 이후 봇물처럼 쏟아진 '노래 부르는 예능'에 대해 식상하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즌을 거듭하며 포맷의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고, 가수들의 서바이벌은 공정성 시비와 함께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곤 한다. 반대로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들은 주로 심야 시간대에 방송되면서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이 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음악 예능의 파급력은 예전만 못하지만 경쟁의 피로도는 여전히 높다"며 "시즌제가 자리잡은 몇몇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중구난방처럼 급조된 프로그램들은 차츰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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