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비즈] 관객 1억명 시대 돌파, 영화 산업 투자 비하인드 스토리
|
|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도둑들'은 극장 매출도 최고다. 7일 현재 극장 매출 누적액이 약 936억원(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다. 부가판권 등을 더하면 1000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많은 돈을 누가 얼마나 가져갈까. 극장매출 중 부가가치세 10%와 영화발전기금 3%를 우선 제한다. 이때부터 본격 수익 배분이 시작되는데, 일단 극장과 배급사가 5:5로 나눈다. 배급사인 쇼박스에 돌아가는 돈은 대략 400억원. 여기에서 10%인 약 40억원이 배급수수료로 빠진다. 순제작비(약 150억원)와 추가 마케팅 비용(34억원)과 기타 부대 비용(11억원) 등도 빼야한다.
이런 계산이 모두 끝나면 그때부터 투자사와 제작사가 돈을 나누게 된다. 쇼박스와 제작사인 케이퍼필름은 6대 4의 비율로, 각각 120억 원과 80억원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쇼박스와 케이퍼필름은 이 수익금을 각자의 부분 투자사, 투자자에 비율만큼 다시 분배한다.
'도둑들'은 이미 잘 알려진 바, 부부인 최동훈 감독-안수현 프로듀서가 손을 잡고 만든 케이퍼필름의 창립 작품이다. 이번에 감독도 흥행 인센티브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부부가 흥행 기쁨을 안팎으로 누리게 됐다.
한편 '괴물'의 극장 누적매출액은 785억 원이었고 '해운대'는 총 819억 원이었다. 역대 극장 최고 매출은 2009년 '아바타'의 1284억 원이다. 3D 개봉이라는 특수성에 힘입은 대기록으로, 당분간 이 수치를 뛰어넘기는 힘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지금 충무로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의 질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00만 관객을 가뿐히 넘긴 '광해'의 극장 매출 누적액은 지난 6일 기준으로 578억원이다. 업계에선 과연 언제 '도둑들'의 기록을 넘어서게 될 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광해'가 관객수나 매출에 있어 최고 기록을 세우는 건 시간문제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 영화가 이미경 CJ E&M 부회장의 상처입은 자존심을 제대로 회복시켜줄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이 부회장은 '제작 투자'로 이름을 올렸다. CJ E&M의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작품일 경우 이 부회장의 이름을 크레딧에 올린다. 이 부회장의 이름이 들어가면 아무래도 해외 바이어들이 더욱 주목을 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는 단순히 세일즈 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의 실질적 네트워크가 국내 감독, 배우, 스토리 등 한국의 문화를 전세계적으로 알리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CJ그룹 엔터사업을 주도하는 이 부회장은 지난 2005년 처음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친절한 금자씨'로 360만명을 동원했고, 2008년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668만명으로 흥행을 이어갔다. 그러나 300억원이 들어간 대작 '마이 웨이'는 무참히 흥행 참패란 고배를 마셨고, 비를 내세운 '리턴 투 베이스' 또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마이 웨이'는 손실률 70%라는 수치스러운 기록까지 세우게 됐다. 이쯤되면 대작 징크스가 생겨날 지경인데, 이번 '광해'로 제대로 자존심을 세우게 된 것.
충무로의 한 관계자는 "CGV라는 거대 배급망을 가지고 있으니 최고 기록을 이미 떼논 당상"이라며 "아마 '도둑들'보다 단 한 명이라도 더 들 때까지 극장에서 버텨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영화 투자에도 적용된다. 대부분의 창업투자회사(이하 창투사)들은 메인 투자사와 배급사가 결정된 시기에 합류한다. 이때는 감독은 물론, 주요 배우의 캐스팅도 거의 마무리된 단계. 만약 시나리오 초고나 감독, 제작사의 명성을 믿고 창투사가 기획 단계에 합류할 경우엔 당연히 지분도 더 커지게 된다.
앞서 언급된 두 영화는 배우나 제작 규모 등에 있어 흥행을 '보장'받은 작품들. 그러나 작은 영화에 과감히 투자를 해서 큰 재미를 보는 경우도 많다. 영화만큼 의외성이 크게 작용하는 산업도 없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엔 '부러진 화살'이 '반전 흥행'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부러진 화살'의 수익률(투자사와 제작사가 수익금을 배분하기 전 기준)은 무려 513%에 달했다. 총제작비 17억7200만원인 '부러진 화살'은 343만명을 동원했다. 극장 수익이 108억7600만원으로, 총비용을 뺀 순이익이 무려 91억원에 달한다.
지난 3일 상영 종료한 '피에타'도 돈을 벌었다. 총 59만명을 동원, 손익 분기점인 25만명을 일찍이 돌파했다. 43억원의 매출에서 부가가치세와 영화발전기금을 빼면 37억4000만원이 남는다. 극장 지분을 제외한 뒤 배급수수료까지 빼고나면 16억 8300만원이 순수 이익으로 남는다.
그러나 여기서 '피에타'는 다른 셈법을 적용해야 한다. 배우들이 노개런티로 출연하고 스태프들도 추후 수익금으로 임금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16억 8300만원에서 배우들 개런티와 스태프들에게 배분하는 수익금과 제작비(1억 5000만원), 마케팅 비용(7억원) 모두를 빼야 한다. 그러나 당장 손에 들어오는 돈 이외에 엄청난 무형의 수익이 기다리고 있다. '피에타'가 베니스를 강타하면서, 배급사인 NEW는 해외 마켓에서 널리 이름을 알리며 신뢰도를 쌓게 된 것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