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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개편을 맞이해 MBC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부활한다. 제목은 '코미디에 빠지다'. 올해 초까지 1년간 방송된 '웃고 또 웃고'가 MBC 파업으로 인한 무기한 결방 끝에 '조용히' 폐지된 지 8개월 만이다.
MBC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건 '개그야' 이후 3년 만이다. 앞서 '웃고 또 웃고'는 비공개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 사이 '개그야'의 '사모님'과 '웃고 또 웃고'의 '나도 가수다' 같은 몇몇 코너들이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KBS2 '개그 콘서트'의 아성 앞에선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더구나 '개그 콘서트'가 일요일 오후 9시라는 황금 시간대를 꿰차고 여러 인기 개그맨들을 앞세워 승승장구하는 것과 비교하면, 새로 시작하는 '코미디에 빠지다'는 편성시간대나 개그맨들의 인지도 면에서 여러 모로 열악한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MBC가 공개 코미디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건 개그맨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코미디에 빠지다'를 연출하는 김명진 PD는 "코미디는 예능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유지될 필요가 있다"며 "예전에 비해 개그맨들이 설 자리가 많이 없어졌는데 고정 코너를 통해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상 유례없이 길었던 MBC 파업 때문에 무대를 잃었던 개그맨들을 위한 배려도 여러 이유들 중 하나다.
그러나 아직 '코미디에 빠지다'가 '개그 콘서트'와 맞수가 되기엔 가야 할 길이 멀다. '개그 콘서트' 무대에 오르기 위해 코너를 준비하는 개그맨들이 100여명에 이르는 데 반해 '코미디에 빠지다'는 고작 30여명 남짓이다. 김명진 PD도 "상대가 안 된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그러나 김PD는 "코미디는 하루 아침에 터지지 않는다. 코미디 장르 자체가 무르익어야 하고 코미디가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져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신인들이 중심이 되는 만큼 조금 더 기다려주길 바란다.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코미디에 빠지다'의 출범에 앞서 tvN '코미디 빅리그'도 9월 29일부터 시즌제 꼬리표를 떼고 정규 편성됐다. SBS에서는 '개그 투나잇'이 토요일 심야에 고군분투 중이다. 오랜만에 지상파 3사와 케이블까지 코미디 프로그램이 진용을 갖췄다. 신인 중심의 '코미디에 빠지다', 방송사 장벽을 허물어 다양한 조합을 실험 중인 '코미디 빅리그', 독특한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개그 투나잇', 전통의 강자 '개그콘서트'까지. 공개 코미디라는 형식은 같지만 각각의 개성은 뚜렷하다. '코미디에 빠지다'가 가세한 안방에서 오랜만에 코미디가 부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