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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에 빠지다' 12일 첫 방송…김명진 PD "개그맨들이 설 자리가 필요하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10-03 16:11 | 최종수정 2012-10-0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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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개편을 맞이해 MBC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부활한다. 제목은 '코미디에 빠지다'. 올해 초까지 1년간 방송된 '웃고 또 웃고'가 MBC 파업으로 인한 무기한 결방 끝에 '조용히' 폐지된 지 8개월 만이다.

MBC 코미디언 공채 4기 출신인 박명수가 '코미디에 빠지다'에 합류해 MBC 코미디의 부활을 책임진다. 역시 MBC 공채 출신인 문천식과 정성호가 가세했고, 양세호와 남창희도 출연한다. 공채로 데뷔는 했으나 활약이 두드러지지 못했던 '중고 신인'들과 파업 기간 중에 뽑은 19기 공채 신인 개그맨들이 '거성사관학교'라는 컨셉트 아래 코너를 꾸민다는 점이 독특하다. 박명수는 거성사관학교의 '선생님' 자격으로 신인 개그맨들에게 개그와 웃음코드를 가르치고, 그 가르침을 받은 신인 개그맨들은 각자 자신들의 끼를 펼쳐 보이며 개그 배틀을 펼친다. 현장 반응이 좋은 1팀에게 상품도 수여된다. 거성사관학교가 프로그램의 중심 코너이지만, 그 밖에도 여러 코너들이 객석과 시청자를 웃길 준비를 마쳤다.

'코미디에 빠지다'는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28일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첫 녹화를 가졌다. 현장 반응에 따라 방송에 나갈 수 있는 코너들이 추려질 예정. 첫 방송은 12일 밤 12시 25분으로 예정돼 있다.

MBC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건 '개그야' 이후 3년 만이다. 앞서 '웃고 또 웃고'는 비공개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 사이 '개그야'의 '사모님'과 '웃고 또 웃고'의 '나도 가수다' 같은 몇몇 코너들이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KBS2 '개그 콘서트'의 아성 앞에선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더구나 '개그 콘서트'가 일요일 오후 9시라는 황금 시간대를 꿰차고 여러 인기 개그맨들을 앞세워 승승장구하는 것과 비교하면, 새로 시작하는 '코미디에 빠지다'는 편성시간대나 개그맨들의 인지도 면에서 여러 모로 열악한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MBC가 공개 코미디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건 개그맨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코미디에 빠지다'를 연출하는 김명진 PD는 "코미디는 예능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유지될 필요가 있다"며 "예전에 비해 개그맨들이 설 자리가 많이 없어졌는데 고정 코너를 통해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상 유례없이 길었던 MBC 파업 때문에 무대를 잃었던 개그맨들을 위한 배려도 여러 이유들 중 하나다.

당초 '하하하'라는 제목의 비공개 코미디로 기획됐지만 포맷을 전면 수정해 공개 코미디로 전환하게 됐다. 이 또한 개그맨들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설명. 김명진 PD는 "공개 코미디의 장점이 바로 현장성이다. 무대와 객석이 호흡하며 즉각적으로 반응을 볼 수 있고, 개그맨 개개인이 관객으로부터 얻는 에너지도 상당하다.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되기 때문에 개그맨들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코미디에 빠지다'가 '개그 콘서트'와 맞수가 되기엔 가야 할 길이 멀다. '개그 콘서트' 무대에 오르기 위해 코너를 준비하는 개그맨들이 100여명에 이르는 데 반해 '코미디에 빠지다'는 고작 30여명 남짓이다. 김명진 PD도 "상대가 안 된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그러나 김PD는 "코미디는 하루 아침에 터지지 않는다. 코미디 장르 자체가 무르익어야 하고 코미디가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져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신인들이 중심이 되는 만큼 조금 더 기다려주길 바란다.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코미디에 빠지다'의 출범에 앞서 tvN '코미디 빅리그'도 9월 29일부터 시즌제 꼬리표를 떼고 정규 편성됐다. SBS에서는 '개그 투나잇'이 토요일 심야에 고군분투 중이다. 오랜만에 지상파 3사와 케이블까지 코미디 프로그램이 진용을 갖췄다. 신인 중심의 '코미디에 빠지다', 방송사 장벽을 허물어 다양한 조합을 실험 중인 '코미디 빅리그', 독특한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개그 투나잇', 전통의 강자 '개그콘서트'까지. 공개 코미디라는 형식은 같지만 각각의 개성은 뚜렷하다. '코미디에 빠지다'가 가세한 안방에서 오랜만에 코미디가 부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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