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진 "9시 뉴스만 보던 분들이 날 알아봐"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2-09-21 10:08 | 최종수정 2012-10-07 10:46


'피에타'의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청부업자 이정진을 만났다. 제69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으로 유명한 '피에타'는 30년 넘게 피붙이 하나없이 홀로 고독하게 살아온 사채 청부업자 강도와 30년 만에 그를 찾아온 엄마라는 여자가 만나면서 일어나는 비극을 다룬 영화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9.19.

'피에타'의 베니스 황금사자상 수상의 또 다른 주역이다. 배우 이정진(34). '악마같은 남자' 강도 역을 맡아 극을 이끌고 나갔다. 그는 "영화제에서 돌아온 뒤 한국에서의 스케줄이 더 바쁘다"며 웃어 보였다. "황금사자상 수상 후 주변의 시선이 좀 달라졌냐?"고 물었더니 "주변보다는 날 잘 모르는 '불특정다수'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졌다"고 했다.

"어딜 가든 자꾸 축하한다고 그래요. 예전엔 그냥 '연예인이네' 같은 반응이었거든요. 그리고 절 잘 모르던 분들도 이제 알아보시더라고요. 어르신들은 연예계 소식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으시잖아요. 9시 뉴스만 보시던 분들도 이제 다 알아봐주시고 축하한다고 그러세요."

수상 전 출국할 때와 수상 후 귀국할 때 취재진의 수도 완전히 달랐다고 털어놨다. "베니스로 출국할 땐 사진 기자분이 3~4명 쯤 오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제를 마치고 귀국할 땐 너무 많이 오셔서 깜짝 놀랐어요. 카메라 앞에서 당황하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웃음)"

이어 "실제로 운동 선수들처럼 '태극 전사' 같은 느낌이 있어요.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받은 거잖아요. 그리고 여우주연상이나 감독상은 특정 개인에게 주는 상이지만, 황금사자상은 모든 걸 통틀어서 주는 상이잖아요.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역사적 사건'의 주인공이 됐지만, 처음 촬영을 시작할 땐 꿈도 못 꿨던 일이라고 했다. "이런 큰 여파가 있을 거라 생각을 안 했어요. 대본을 받았을 때 김기덕 감독님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내가 준비가 돼 있나?'란 생각을 했어요. 게다가 저한테 대본을 주시기 이틀 전에 이 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촬영을 열흘 뒤에 바로 들어간다고 하고요. 당황스러웠어요."

배우로서 관객들에게 좀 더 멋진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짧은 시간 안에 혹독한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배우로서 외형적으로도 욕심이 나잖아요. 근데 시간이 없는 거예요. 의상 컨셉트와 헤어도 결정이 안 된 상황이었고요. 한 달이라도 시간이 있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계란과 샐러드만 먹었어요. 촬영은 매일매일 하는데 운동할 시간도 없었고요. 몸을 혹사시키는 거지만, 풀만 먹는 수밖에 없었어요. 2주동안 7kg이 빠지더라고요."

그는 김기덕 감독에 대해 "자기 얘기하는 걸 좋아하세요"라며 웃었다. "다른 감독님들은 배우 얘기를 자꾸 들으려고 하고 사람을 관찰하려고 하는데 김기덕 감독님은 자기 얘기를 하세요. 해외 영화제 같은 얘기요."


이어 "장소 섭외나 날씨가 문제가 되면 촬영 날짜를 다시 잡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김기덕 감독님은 그냥 찍으세요. 비가 와도 찍고 눈이 와도 찍고요. 어떻게라도 바꿔서 찍어요"라고 말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조민수에 대해서도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연기 잘하는 건 전부터 당연히 알고 있었고요. 에너지가 굉장히 많은 배우예요. '피에타' 이후에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는 장이 열린 게 아닌가 싶어요."

이정진은 "지난 10년간 '말죽거리 잔혹사'가 늘 붙어다녔는데 당분간 그 얘긴 안 하실 것 같다"며 "'피에타'처럼 내가 출연한 작품 중 대중에게 각인될 수 있는 작품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지금도 흥행하고 있지만, 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피에타'의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청부업자 이정진을 만났다. 제69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으로 유명한 '피에타'는 30년 넘게 피붙이 하나없이 홀로 고독하게 살아온 사채 청부업자 강도와 30년 만에 그를 찾아온 엄마라는 여자가 만나면서 일어나는 비극을 다룬 영화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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