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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의 베니스 황금사자상 수상의 또 다른 주역이다. 배우 이정진(34). '악마같은 남자' 강도 역을 맡아 극을 이끌고 나갔다. 그는 "영화제에서 돌아온 뒤 한국에서의 스케줄이 더 바쁘다"며 웃어 보였다. "황금사자상 수상 후 주변의 시선이 좀 달라졌냐?"고 물었더니 "주변보다는 날 잘 모르는 '불특정다수'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졌다"고 했다.
이어 "실제로 운동 선수들처럼 '태극 전사' 같은 느낌이 있어요.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받은 거잖아요. 그리고 여우주연상이나 감독상은 특정 개인에게 주는 상이지만, 황금사자상은 모든 걸 통틀어서 주는 상이잖아요.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역사적 사건'의 주인공이 됐지만, 처음 촬영을 시작할 땐 꿈도 못 꿨던 일이라고 했다. "이런 큰 여파가 있을 거라 생각을 안 했어요. 대본을 받았을 때 김기덕 감독님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내가 준비가 돼 있나?'란 생각을 했어요. 게다가 저한테 대본을 주시기 이틀 전에 이 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촬영을 열흘 뒤에 바로 들어간다고 하고요. 당황스러웠어요."
"배우로서 외형적으로도 욕심이 나잖아요. 근데 시간이 없는 거예요. 의상 컨셉트와 헤어도 결정이 안 된 상황이었고요. 한 달이라도 시간이 있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계란과 샐러드만 먹었어요. 촬영은 매일매일 하는데 운동할 시간도 없었고요. 몸을 혹사시키는 거지만, 풀만 먹는 수밖에 없었어요. 2주동안 7kg이 빠지더라고요."
그는 김기덕 감독에 대해 "자기 얘기하는 걸 좋아하세요"라며 웃었다. "다른 감독님들은 배우 얘기를 자꾸 들으려고 하고 사람을 관찰하려고 하는데 김기덕 감독님은 자기 얘기를 하세요. 해외 영화제 같은 얘기요."
이어 "장소 섭외나 날씨가 문제가 되면 촬영 날짜를 다시 잡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김기덕 감독님은 그냥 찍으세요. 비가 와도 찍고 눈이 와도 찍고요. 어떻게라도 바꿔서 찍어요"라고 말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조민수에 대해서도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연기 잘하는 건 전부터 당연히 알고 있었고요. 에너지가 굉장히 많은 배우예요. '피에타' 이후에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는 장이 열린 게 아닌가 싶어요."
이정진은 "지난 10년간 '말죽거리 잔혹사'가 늘 붙어다녔는데 당분간 그 얘긴 안 하실 것 같다"며 "'피에타'처럼 내가 출연한 작품 중 대중에게 각인될 수 있는 작품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지금도 흥행하고 있지만, 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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