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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재치있는 아이디어로 포장한 퓨전사극

이지현 기자

기사입력 2012-09-26 18:09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봉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하고(시의 적절성), 독특한 소재 및 출연배우들의 신뢰도 등도 어필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구성, 그리고 이를 잘 살려낸 연출력이 필요하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개봉 시기의 적절성, 독특한 소재, 그리고 배우들의 개성을 잘 살려낸 연출력 등이 조화를 잘 이뤄 보는 동안 쏠쏠한 재미를 안겨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2008년 '과속 스캔들'로 재기에 완벽하게 성공하여, 2010년 '헬로 고스트'로 연타석 홈런을 날리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 중인 차태현이 이번에는 사극에 도전하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훗날 정조가 되는 세자 이산이 즉위하기 직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서빙고의 얼음을 독점하려는 좌의정 조명수에게 누명이 씌여진 아버지(우의정)의 복수를 위해 비록 우의정의 서자 이지만 총명함만큼은 조선 제일 가는 선비 이덕무가 개성 넘치는 세력들을 규합하여 서빙고의 얼음을 털러 간다는 것이 기본 줄거리이다.

얼핏보면 '오션스 일레븐'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 '도둑들'의 인물 구성이 연상되는 등 낯이 익은 설정으로 일단 관객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꾸준한 재미를 제공하는데 주인공 차태현의 농익은 익살맞은 연기는 여전히 빛나거니와 오지호, 성동일, 이채영, 고창석, 송종호 등 조연진의 다양한 개성을 맛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다양한 캐릭터 중에 가장 배꼽을 잡게 만드는 캐릭터는 다름 아닌 폭탄 제조 전문가이면서 귀가 약간 어두운 모자란 듯한 느낌을 주는 석대현이다. 석대현 역을 연기한 신정근은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씬 스틸러' 중의 한 명인데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서 '하울링', '차형사' 등의 영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넓히는 중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신정근은 아예 웃기려고 작정한 듯 석대현 역을 능청스럽게 연기해낸다. 귀가 어둡다 보니 한박자 늦게 반응하는 모습이 종종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웃음보를 터뜨리게 할 정도로 신정근의 능청맞은 연기가 돋보인다.

영화 구성에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오락영화로서 즐기기에 손색없는 영화이다. 또한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8월 중순에 개봉했던 부분도 흥행에 플러스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얼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유머와 카타르시스를 적절하게 제공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웃음코드에 일단 억지가 개입되지 않은 점이 돋보인다.

오락영화로서 갖춰야할 필수요소를 모두 갖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흥미만점의 퓨전사극으로 권하는 바이다. <양형진 객원기자, 나루세의 不老句 (http://blog.naver.com/yhj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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