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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토리]프로그램도 엎고 콘서트도 취소시키는 '무서운 여론몰이'

기사입력 2012-09-23 17:06 | 최종수정 2012-09-2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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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7' 콘서트가 끝내 취소됐다. MBC '무한도전'도 흔들리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슈퍼7' 취소 사태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목소리들이 넘쳐나고 있다.

'슈퍼7' 콘서트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주축이 돼 준비 중이던 초대형 공연이다. MBC 파업으로 인해 무려 24주간 결방됐던 '무한도전'을 끝까지 지지하고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 '무한도전' 멤버인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길 하하가 직접 기획했다. 파업 중에도 '무한도전' 녹화날마다 모여서 악기를 배우고 밴드 연습을 했다.

문제는 '슈퍼7'이 '무한도전'과 무관한 공연이라는 것에 있었다. 김태호 PD가 밝혔듯이 '무한도전' 제작진은 이 공연에 참여하지 않을 뿐더러 공연이 '무한도전' 방송을 통해 공개될 계획도 없었다. 방송사와 기업체의 후원 없이 진행되다 보니, 유료화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결국 '슈퍼7'의 티켓 예매 계획이 공지된 후 여론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R석이 9만9000원인 티켓 가격과 '무한도전'과 겹친 공연시간도 문제로 거론됐지만, 가장 큰 반발을 산 건 '유료화' 그 자체였다.

'무한도전'은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를 위시한 일련의 가요제와 연말 공연 등을 통해 팬들을 만나왔다. 물론 그 공연들은 언제나 '무료'였다. '슈퍼7'은 '무한도전'과 분명한 선을 긋고 출발했지만, '무료 공연'에 익숙했던 팬들은 그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슈퍼7'의 기획 의도가 '무한도전' 팬들에 대한 보답 차원이었다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결국 '슈퍼7' 콘서트를 총괄했던 리쌍컴퍼니와 '무한도전' 멤버들은 21일 공연 취소를 전격 결정했다. 9개월간 준비해온 '슈퍼7' 콘서트는 그렇게 허무하게 좌절됐다.

그러자 여론은 반대 방향으로 들끓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가 개리와 길의 갑작스런 예능 하차 선언으로 이어진 까닭이다. 여기에 '슈퍼7'의 수익금으로 자선단체설립 등의 다양한 기부를 준비 중이었다는 사실이 길의 하차 선언을 통해 알려지면서 동정 여론도 고개를 들었다. 김장훈도 자신이 '슈퍼7'의 실질적 연출자였음을 밝히고 후배들을 감쌌다. 이젠 여기저기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슈퍼7'을 흔들던 부정적 여론이 일부 극소수의 견해일 뿐이었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이번 사태에도 22일 방송된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상승하자, 인터넷상의 여론과 실제 여론과의 괴리를 지적하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슈퍼7'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은 예능 그 이상이 돼버린 '무한도전'의 존재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하지만, 여론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보여줬다. 9개월간의 준비와 노력을 한 순간에 뒤엎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해졌다는 걸 새삼 실감케 했기 때문이다.

근래 KBS2 수목극 '차칸 남자'는 맞춤법 오기를 지적하는 한글단체의 반발에 결국 제목을 '착한 남자'로 바꿨다. 영화 '말아톤'의 표기는 허용되면서 '차칸 남자'만 질타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과 함께 창작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국내 최초의 트랜스젠더 토크쇼를 표방한 KBS 조이 'XY그녀'도 방송 1회만에 전격 보류됐다. 트렌스젠더들이 방송 출연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 착오적 결정이라는 비난이 뒤따랐다. 여기에 '슈퍼7' 사태를 안타까워하며 개리와 길의 예능 하차를 반대하는 글들이 게시판의 '지분율'을 높이고 있는 상황까지 더해지면, '여론의 실체가 무엇인가'라는 해묵은 질문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수십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콘서트를 취소시킬 정도로 여론의 몸집이 비대해졌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한 관계자는 "SNS 등의 활성화로 소통의 창구가 늘어나면서 이슈가 퍼지는 속도도 빨라졌고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반대중과의 호흡이 중요한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여론이 민감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 일어난 몇몇 사례들은 여론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을 보여주고 있다. 여론의 맹점이 무엇인지 점검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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