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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지상파에서는 시즌제 드라마, 왜 어렵나?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9-20 09:59


사진제공=MBC

요즘 방송가에선 인기 드라마의 시즌제 제작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MBC는 17일 특보를 통해 "김재철 사장이 중국 호남위성방송사를 방문해 내년에 제작할 예정인 '대장금2' 방송협력방안을 협의했다"고 전하며 '대장금'의 속편 제작을 공식화했다. 연출자 이병훈 PD가 내년 3월까지 MBC '마의'를 연출해야 하고 김영현 작가도 속편 집필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은 상태지만, 방송사가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 벌써부터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아이리스2'도 장혁과 이다해가 남녀 주인공으로 확정되면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아이리스'의 원조 멤버인 김영철과 김승우, '아이리스'의 스핀오프 격인 '아테나:전쟁의 여신'의 김민종이 기존 캐릭터 그대로 출연하며, 오연수와 임수향이 새롭게 합류했다. 카라 강지영, 엠블랙 이준, 비스트 윤두준도 출연을 협의 중이다. 내년 상반기 방송을 목표로, 10월 중에 촬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월화극 1위인 MBC '골든타임'도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요청에 시즌제 제작을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18일 종영한 tvN '응답하라 1997' 또한 전편처럼 특정 시기를 배경으로 한 후속 시즌을 검토 중이다.


사진제공=MBC
케이블에서는 시즌제 드라마가 이미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뱀파이어 검사'가 시즌 2를 방영 중이고 '신의 퀴즈'도 시즌 3까지 방송됐다. '특수사건전담반 TEN'도 내년에 시즌 2를 제작한다. 2007년 첫 방송된 '막돼먹은 영애씨'는 벌써 시즌 10을 마치고 11월에 방송될 11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 드라마들은 시즌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주연배우가 바뀌지 않고 그대로 출연하며 전편과의 연속성을 유지해 왔다.

지상파에도 시즌제를 표방한 드라마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초 방송된 KBS2 '드림하이2'를 비롯해 MBC '궁2'과 '종합병원2' 등이 제작됐다. 하지만 주요 설정과 배경만 가져왔을 뿐 주연배우와 내용이 새롭게 바뀌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 시즌제가 아닌 스핀오프(원전에 기초한 외전)로 보는 게 맞다. 지난 2007~2008년 MBC가 미국식 시즌제 드라마를 표방하며 12부작 '옥션하우스', '비포 앤 애프터 성형외과', '라이프 특별조사팀'을 차례로 선보여 호평받기도 했지만, 낮은 시청률 때문에 결국 시즌 2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상파에서 시즌제 드라마를 제작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건 역시 시청률이다. '드림하이2'와 '궁2'도 기대 속에 출범했지만 한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며 '속편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전편을 뛰어넘는 콘텐츠 개발 없이 단순히 설정과 소재만 재탕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증명한 셈이 됐다. 한 해 수십편의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고 트렌드가 급변하는 안방극장에서 시즌제 드라마가 시청자들과 얼마만큼 상호작용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는 시선도 많다.


사진제공=tvN
방송사들의 드라마 제작 관행도 시즌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독 시청률에 민감한 풍토에서 사전제작이나 반사전제작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가면서 생방송으로 드라마를 만들다 보니 속편까지 준비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일주일에 40~50분짜리 1편을 만드는 외국과는 달리 70분짜리 2편을 만드는 한국 드라마에선 더더욱 그렇다. 애초부터 시즌제 밑그림을 그리고 시작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으로 거론되지만, 역시 시청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스핀오프가 아닌 진정한 시즌제 드라마를 위해선 제작진과 배우들의 의지도 중요하다. 그래야 전편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이어받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장금2'의 경우 방송사보다 이영애의 출연 의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케이블보다 파급력이 큰 지상파에서 또다시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건 이미지 변신이 중요한 배우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된다. 제작진이 안정적으로 속편을 개발하고 제작하기 위해선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최근 안방극장에 선보인 장르드라마들의 성공 사례는 시즌제 제작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해외 드라마나 케이블 드라마에서 보듯 수사물이나 의학드라마처럼 장르적 성격이 확실한 작품들이 시즌제로 정착한 경우가 많았다. 탄탄한 캐릭터와 장르성을 구축한 '골든타임'과 SBS '유령', '싸인' 같은 드라마는 시즌제로 발전시킬 여지가 충분하다고 평가받는다. 여기에 드라마 고유의 브랜드가 확실하다는 점, 그리고 서사형이 아닌 에피소드형 구성을 갖췄다는 점도 플러스요인이다. 이 드라마들의 시즌제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런 점에서 이제 막 베일을 벗은 '아이리스2'는 지상파의 시즌제 드라마 제작에 있어서 하나의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방송사들도 시즌제 드라마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아이리스2'를 기점으로 어떤 구체화된 결과물들이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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