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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의 새 앨범 발표와 싸이의 한국 가수 최고 빌보드 성적이 승리의 사생활 사진 한 장에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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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바로 콘텐츠고, 수익 그 자체인 엔터주의 특성상 소속 연예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주가로 직결된다. 이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휘청인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00년 상장된 뒤 가요계의 흐름을 이끌어온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엔터주의 대장주로서 오랜기간 주식시장에서 버텨온 만큼이나, 우여곡절도 많았다. 동방신기 파문이 대표적인 예다. 지금은 JYJ로 활동하고 있는 3인이 SM과 전속계약 문제로 갈등을 벌일 때마다 주가는 하락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H.O.T 해체도 언급될 수 있다. 2001년 5월 H.O.T 멤버 중 3명과 재계약에 실패한 사실이 알려지자 SM 주가는 떨어졌다.
이처럼 그룹 해체나 팀 멤버의 탈퇴같은 '큰 사건'이 아니어도 주가는 휘청인다. 특히 스타들의 사생활이 터져나오면, 소속사로선 속수무책이 될 수 밖에 없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지난 7월 2PM의 멤버 닉쿤이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2거래일 동안 하락했다.
YG 또한 마찬가지.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던 지난해 5월 빅뱅 대성의 교통사고가 터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 간신히 수습국면에 접어드는가 했더니 지난해 10월엔 빅뱅의 지드래곤이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면서 그해 11월 상장 직전까지 속앓이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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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에도 '나 홀로' 잘나간다는 엔터산업. 올 상반기 음악, 영화, 방송 등의 콘텐츠를 수출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1500억원 이상이다. 지난 2008년 10월 말 최저가인 770원을 기록했던 SM의 경우 17일 종가는 5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가파른 상승세만큼이나 튼튼한 토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을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결코 낙관적인 답을 내놓지 못한다.
지난달 17일 강호동이 SM C&C와 전속계약을 체결하자, 해당 회사의 주가는 즉각 상한가를 쳤다. 그리고 17일부터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더니 결국 4거래일에 걸쳐 주가가 42.64%나 올랐다.
이처럼 호재에도 민감하지만 악재엔 더욱 취약하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속 가수들의 스캔들이나 사생활과 관련된 악재엔 '백약이 무효'하다.
현실적으로 아이돌 스타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당연히 돌출 행동이 잦을 수밖에 없고, 투자자들 입장에선 보다 더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이를 고민하면서 연예 기획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다변화를 꾀한다. 일찍이 SM은 자회사를 통해 여행업 요식업 등에 직접 진출, 안정적인 토대 구축에 나섰다. 또는 다양한 장르와 색깔의 가수들로 라인업을 짜면서 리스크를 낮추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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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는 그간 사업 다변화보다는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에 더욱 집중해왔다.
이 덕분에 이번 승리 사건은 대성, 지드래곤 때와는 사뭇 다른 양태를 보이고 있다. 15일 바로 지드래곤이 신곡을 발표, 음원 차트를 싹쓸이 했고 싸이는 미국 뉴욕을 뒤집어놓았다. 온라인에선 어느새 승리 사생활 뉴스는 잊혀져가는 분위기. 지드래곤의 투톤 헤어스타일이 더욱 화제고, "(싸이와 관련해)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YG 수장 양현석 프로듀서의 인터뷰가 핫클릭을 받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위기를 스스로(?) 잘 관리했다기 보다는 타이밍이 절묘했다는 지적이다. 즉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점이 결과적으로 위기관리의 묘안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 가수나 팀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보다는 다른 재료를 수시로 준비, 터뜨릴 수 있다는데서 YG의 저력이 입증된 것이다.
17일 YG의 종가는 6만2300원. 장 초반부터 2000원 이상 상승하더니 줄곧 6만2000원대 중후반을 오가며 주가를 상승세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따라서 이번 주가 YG로선 아주 중요한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일단은 호재성 재료를 얼마나 이어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로인해 승리의 사생활 스캔들이 덮어진다면, 그것은 바로 엔터주들의 위기관리에 대한 또 다른 해법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