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청년, 신파의 경계에서 나쁜 남자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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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토리 라인은 단 1회가 끝났는데도 앞으로 인물들이 어찌 저찌 움직일지 왠지 다 어림잡아 맞출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뻔하고 전형적으로 보였다. 다소 올드하기도 했고, '신파' 느낌이 폴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왠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 -이하 <차칸남자>- 는 오히려 신파라서 매력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파의 경계에서 등장인물들의 감정선들만 잘 잡아낸다면 드라마가 가진 집중력은 배가 되어 보는 사람을 납득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아서다. 그게 다음 회를 기다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듯.
당연한 얘기지만, 아마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극본만큼 연출의 힘도 중요해질 거다. 그런데 K본부 <보통의 연애> 김진원 피디님이라서 기대했건만, 솔직히 아직까지는 연출이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다. 그냥 매우 정직하고 착하게 (대본만) 찍으신 느낌이었달까. 드라마에서 피디님을 조금 더 보여주셔도 좋을 것 같다. 감독님만의 스타일이 이 드라마에 어떻게 녹아 들지가 궁금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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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 강한 캐릭터로 돌아온 문채원씨도 의외라면 의외였다. 전대미문의 레전드 재벌녀 포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서은기(문채원) 본인은 진보적인 캐릭터라고 말하지만 엄청 카랑카랑하고 뾰족뾰족하다. 그래서 그런가 왠지 좀 힘이 과하게 들어간 듯한 느낌은 있다. 그렇다고 부족했다는 건 아니다. 못 봐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박시연씨도 마찬가지로 아직은 판단 유보. 사실 마루도 그렇고, 은기와 재희도 그렇고 그들이 왜 그렇게 악에 받쳐야 했는지는 설명이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인지라 딱히 이 배우가 캐릭터에 맞게 잘 하고 있다, 아니다를 판단하기엔 좀 이른 감이 있다고 생각. 이 부분은 앞으로 차차 지켜보면 알 수 있을 듯 하다.
요는, 극본과 연출은 2% 아쉬웠지만 그래도 앞으로가 기대되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 배우들의 연기 변신은 판단 유보지만, 그래도 송중기씨는 이만하면 꽤 괜찮았다는 것. LTE 스피드에 묻혀 있는 감정선들을 세심한 연출로 이끌어 낸다면, 막장 소리가 나올 법한 이 온갖 자극적인 소재들 속에서 이경희 작가님이 예전처럼 특유의 따뜻함을 살려만 주신다면 앞으로 재미있어질 가능성은 많을지도 모른다. 바야흐로 멜로의 계절, 착했지만 나빠질 수 밖에 없는 '차칸 남자' 강마루와 두 여인들은 어떤 컬러를 보여줄 수 있을까. <토오루 객원기자, 暎芽 (http://jolacandy.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