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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 프로젝트'로 본 다큐+영화의 좋은 예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2-09-12 09:11 | 최종수정 2012-09-13 08:45



신선한 충격이다. 영화 '577프로젝트'가 다큐멘터리와 영화가 결합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줬단 평을 듣고 있다.

'577프로젝트'는 지난 11일까지 9만 2161명의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동원했다. 비슷한 날 개봉한 '공모자들'의 관객수(138만 9296명)에 비해 한참 못 미치지만, 의미있는 선전이다. 스크린수가 38개에 불과한데다가('공모자들'은 363개) 다큐멘터리 영화란 한계 속에서 거둔 성적이기 때문. 순제작비는 4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577프로젝트'는 11일엔 일일 박스오피스 10위를 기록하면서 10위권내에 진입하기도 했다.

'577프로젝트'가 이처럼 의미있는 흥행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가 뭘까? "고정관념을 깼다"는 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영화가 표방하는 장르는 '리얼 버라이어티 무비'다. 국토대장정에 나선 배우 하정우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 여기에 공효진이 동참했고, 16명의 신인배우들이 힘을 보탰다. 여기까지 들으면 서울에서 해남까지 577km를 헉헉대며 걸어가는 배우들의 모습을 담은 전형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를 그리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다.

'577프로젝트'는 배우들의 고생담을 통해 억지 감동을 주려 하지 않는다. 대신 재미를 추구한다. '어떻게든' 관객들이 이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1박2일'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을 떠올리면 또 오산이다.

'1박2일'을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지만, '577프로젝트'는 최대한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풀어낸다. 이 영화엔 스토리가 있고 드라마가 있다. 심지어 깜짝 놀랄 만한 반전까지 숨어있다. '리얼 버라이어티 무비'가 아니라 '충격 반전 영화'라고 해도 될 정도. 그 과정에서 하정우-공효진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빛난다.

여기에 하숙쇼(하정우의 숙영지 토크쇼), 협찬사 제품을 '대놓고' 광고하는 CF 등 영화 중간중간에 관객들의 흥미를 끌 만한 요소들이 배치돼 있다.


물론 다큐멘터리의 요소를 완전히 포기하는 건 아니다. '577프로젝트'는 참가 배우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잠을 잘 때 심하게 코를 곤다든지, 동료와 갈등을 겪는다든지 등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영화는 '배우 아무개'가 아니라 '인간 아무개'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의 휴먼스토리는 웬만한 다큐멘터리 못지않은 감동을 준다. "웃다가 울다가"가 이 영화의 감상평으로 가장 적절한 말일 듯하다. 영화적인 요소와 다큐멘터리적인 요소가 잘 버무려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 것.

한편 '577프로젝트'의 하정우와 공효진은 각각 영화를 통해 활동을 이어간다. 하정우는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등과 호흡을 맞추는 '베를린'에 출연한다. 공효진은 박해일, 윤제문 등과 함께 '고령화가족'에 얼굴을 비춘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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