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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이 베니스영화제에서 선보인 패션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김감독은 베니스영화제를 위해 서울 인사동의 니히(NIHEE)라는 옷가게에서 이 갈옷을 구입했다. 니히는 면, 마, 실크 등 자연소재에 감물로 천연염색을 한 옷감으로 직접 디자인한 옷을 판매한다. 10일 직접 찾아간 니히 매장은 김감독으로 인한 유명세와는 달리 인사동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해 있었다. 매장 크기는 소박했지만 단정한 분위기와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옷이 주인장의 정갈한 솜씨를 엿보게 했다.
니히의 사장이자 디자이너인 김대표는 "대략 2주 전 쯤에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영화제에 참석한다면서 상의와 하의를 한벌씩 구입하셨다"며 "입어보지도 않고 그 옷들을 가져가셨는데 색감이나 디자인 등을 보는 안목이 남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상의와 하의 모두 여성용이지만 품이 넉넉한 편이라 김감독처럼 남자들도 종종 구입해 입는다는 설명. 김감독이 구입한 옷은 감물 염색 후에 먹을 한번 더 염색한 것으로, 상의는 마 소재이고 하의는 면 소재로 만들어졌다. 디자인은 비슷해도 소재와 색상이 전부 달라서 김감독의 옷도 단 한 벌밖에 없는 것이라고 한다. 김대표는 "영화제 참석 전에 옷매무새를 수선해줄 테니 매장에 다시 한번 들러달라고 얘기했더니 김감독이 괜찮다고 하면서 쇼핑백도 마다한 채 자신의 가방에 옷을 넣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소탈해 보였다"는 에피소드도 덧붙였다.
김감독이 입은 상의는 140만원대, 하의는 60만원대로 상하의를 합쳐서 대략 200만원 정도 된다. 신발은 캠퍼의 제품으로 3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얼핏 옷의 가격대가 다소 높은 듯 생각되지만, 물에 삶아서 살균처리를 한 원단에 생감의 즙으로 감물을 들여 햇볕과 바람에 말리는 작업을 수차례 거듭하는 등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대가 그렇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신 감물의 코팅효과로 인해 때가 안 타고 통풍이 좋아서, 외투의 경우 세탁 없이도 7~8년 정도 입을 수 있다고 한다. 김감독의 '단벌 패션'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해되는 대목이다.
"김감독께서 어떻게 알고 저희 가게를 찾아오셨는지 모르겠다"는 김대표는 "사실 김기덕이 누구인지 잘 몰랐다. 김감독을 만난 이후에야 영화들을 찾아봤다. '아리랑'과 '비몽' 등의 작품에 스며 있는 불교 철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김감독은 분명 '따뜻한 천재'일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 감독님께 누를 끼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매장 사진 촬영도 부담스러워했지만 "수상을 축하드린다"는 인사는 잊지 않았다.
한편, 한국영화 최초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은 11일 오전 조민수 이정진 등과 귀국해 오후에 수상기념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