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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 인기 시들, 미스터리 추리극이 뜬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8-31 17:01 | 최종수정 2012-09-07 08:52


사진제공=SSD / TIMO E&M

대표적인 인기 장르로 꼽히던 로맨틱 코미디가 최근 들어 줄줄이 흥행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 해만 해도 시청률 20%를 넘긴 MBC '최고의 사랑'을 비롯해 KBS2 '로맨스 타운'과 '동안미녀' 같은 드라마들이 10% 중반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SBS '신사의 품격'이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을 뿐 로코물의 인기는 시들하다. 1월 방송된 KBS2 '난폭한 로맨스'는 MBC '해를 품은 달'에 밀려 시청률 5%대를 벗어나지 못했고, KBS2 '빅'은 줄곧 7~9%대를 멤돌다 마지막회에서 처음으로 10%를 넘겼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김선아가 출연한 MBC '아이두 아이두' 역시 기대에 밑도는 9%대 성적표를 받았다. 최근에도 KBS2 '해운대 연인들'과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안방을 찾고 있지만 흥행이나 화제성 모두 경쟁작들에 뒤쳐져 있다.

로맨틱 코미디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던 두 남녀가 사회적 지위와 편견 등을 뛰어넘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해피엔딩과 신데렐라 판타지가 주는 대리만족이 흥행 포인트다. 뻔하고 흔한 공식인 만큼 개성있는 캐릭터와 아기자기한 에피소드, 감각적인 대사로 차별화하지 못하면 진부하고 식상하다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아이두 아이두'는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이겨내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공감을 얻었지만 로맨스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고, '빅'의 영혼체인지 설정은 별다른 긴장감 없이 느근하게 흘러갔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도 함량미달이긴 마찬가지다. '해운대 연인들'은 부산 해운대의 풍광들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캔디형 여주인공은 앞서 많은 작품에서 반복돼온 것이라 신선함이 덜하다. '아름다운 그대에게' 또한 남자체고에 위장 전학 온 남장여자 주인공이 일으키는 에피소드가 어떤 성격의 것인지 쉽게 짐작이 가능해 긴장감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은 시청률에도 반영됐다. '해운대 연인들'은 9%대, 샤이니 민호와 에프엑스 설리가 나선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고작 5%대에 불과하다.


사진제공=SM C&C
로맨틱 코미디가 주춤하는 사이 미스터리 추리극이 맹위를 떨쳤다. '빅'과 동시간대엔 SBS '추적자 THE CHASER'가 있었고, '아이두 아이두'는 SBS '유령'에 밀렸다. '추적자'와 '유령' 모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 수사물로, 기대 이상의 대박을 터뜨렸다. 권력의 냉정함과 인간 본성의 추악함 등 지극히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내용들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덕분이었다.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장르드라마의 대중적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며 안방극장의 질적 수준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아름다운 그대에게'와 같은 날 방송을 시작한 MBC '아랑사또전'도 13~14%대 시청률로 선전하고 있다. '아랑사또전'은 그렇고 그런 판타지 사극일 거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초반부터 섬뜩한 미스터리 추리극으로 전환됐다. 주인공 아랑(신민아)의 죽음에 얽힌 진실 뿐만 아니라, 아랑을 죽이려하는 최대감댁 양아들 주왈(연우진)과 이를 사주하는 서씨부인(강문영)의 정체까지 겹겹이 쌓인 미스터리가 아주 작은 추리조차 못하게끔 치밀하게 흘러간다. 설정은 판타지이지만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추리극이나 수사물과 다르지 않다. 진실을 추적하는 사또 은오(이준기)와 아랑을 두고 '조선시대판 홈즈와 왓슨'이란 얘기도 들린다. '추적자'와 '유령'에 이어 추리극의 3연타석 홈런도 기대케 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치밀한 전개와 짜임새를 갖춘 웰메이드 드라마들로 인해 시청자들의 안목이 높아졌다. 최근 들어 사실성이 강조된 장르드라마들이 인기를 끌면서, 낭만적 설정에 기댄 로코물들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반감되는 것 같다. 로맨틱 코미디가 너무 많아서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시청률 하락의 이유로 보인다. 안방극장 흥행 공식이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캡처=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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