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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격' 패밀리합창단 '시청+감동' 강요한적 없다

이지현 기자

기사입력 2012-09-03 11:25 | 최종수정 2012-09-03 12:09



2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은 합창단 시즌3 <패밀리 합창단>를 이끌어 갈 지휘자로 국민 마에스트로 금난새를 초빙해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지휘자 금난새는 엄청난 이슈를 낳았던 뮤지컬계의 마녀, 미다스 손으로 꼽히는 음악감독 박칼린이나, '남격' 멤버로서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가장 어울렸던 청춘합창단 김태원과 비교해, 오히려 명성이나 무게감에서 두 사람을 압도한다.

때문에 금난새가 예능프로그램인 '남격'에 출연을 강행한 건 의외였다. 아무리 미션 콘셉트가 합창단이라고 해도, 단발성 출연이 아닌 장기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사실자체는 상당한 부담을 동반한다. 이에 금난새는 패밀리합창단에 출연동기를 안 되는 것도 되게 만드는 도전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지난 두 번의 걸친 남격합창단을 통해 감동을 받았고, 패밀리합창단의 지휘에 도전하고 싶은 동기부여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금난새는 시청자의 걱정 어린 시선을 의식한 듯, 이경규에게 강호동씨 아니냐는 농담을 던질 줄 알았고, 남격이 예능이란 사실을 인지하고 가급적 편안한 분위기속에서 예능과 합창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적임자임을 각인시켰다. 왜 금난새의 이름 앞에, '친근하다', '대중적이다'란 타이틀이 어울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지휘자선정에서부터 성공적이다. 기대감을 준다. 그렇다면 합창단을 구성하게 될 단원들은 어떨까.

패밀리합창단의 첫번째 오디션이 이어졌다. 시작은 개그콘서트 이상호-이상민 쌍둥이형제 개그맨과 아버지가 출연해 웃음을 주는 데 집중했고, 전직 아나운서이자 연기자로 변신한 임성민이 남편과, 아이돌 엠블랙 이준과 어머니가 잇따라 출연해 실망스러움이 앞섰다. 그들의 지원자격이나 노래실력을 폄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연예인가족 위주라, '패밀리 합창단에 지원자가 연예인가족밖에 없었나?'라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남격 패밀리합창단은 4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원했고, 제작진은 심사숙고 끝에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한 가족 100여 팀을 선정했다. 그런데 그 100여 팀 중 방송에 나오는 건 주로 연예인 가족이다보니, 패밀리합창단이란 느낌보단 남격 제작진이 직접 지원자 섭외에 나선 명절특집프로그램 연예인가족 장기자랑을 보는 듯 했다. 그러나 그 실망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똘망똘망한 눈에 어린 남매가 등장하면서, 패밀리합창단이 왜 필요한 지 일깨워주었다.

어머니와 함께 등장한 어린 남매 송예린-송민성은 희귀병 흡수장애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10명, 우리나라에 3명이 앓고 있는 이 희귀병이 두 어린 남매와 부모를 아프게 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완치가 불가능한 병으로, 남매는 지금처럼 평생 주사바늘을 꼽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놀라운 건 남매는 너무나도 밝고 씩씩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평소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남매는 '꿈꾸지 않으면'을 불렀다. 눈물이 난다. 단지 그 아이들이 안타깝고 불쌍해서가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고,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서, 매우 평범한 진리를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오늘이고 내일이지만 꿈을 가지고, 희망을 품고서, 서로 사랑하고 힘이 돼주면서 살아야 나의 인생도 행복해지는 이유. 너무나 평범해서 너무도 쉽게 잊고 사는 것들을, 아이들은 노래하고 있었다.

순수한 남매의 가르침이 패밀리합창단을 바라보는 마음의 문을 열자, 이후에는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감동의 돌직구가 이어진다. 동영상논란 등 각종 가십에 노출되어 비호감으로 전락한 아이비(박은혜)-자폐증을 앓고 있지만 미술분야에 뛰어난 감각을 소유한 예고생 서은정-위암수술의 고비를 넘긴 아버지를 위해 뭉친 세자매는 가족의 소중함을 재차 일깨웠고, 갑자기 찾아 온 실명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윤종배, 그의 곁을 사랑으로 밝혀주는 권희정 커플은 이 날 방송 감동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다음 주 오디션 방송에선, 신종플루로 아들을 먼저 하늘로 보낸 이광기, 故최진실의 자녀 최준희-최환희 남매의 출연이 예고돼, 또 한번 시청자의 눈물샘을 터트릴 예정이다.

일각에선 남격 패밀리합창단을 두고, 남자가 해야 할 101가지 중에 하나가 왜 매년 합창단에 출연하는 것이냐며 거부반응을 보인다. 시청률을 의식해 사골마냥 우려내는 남격합창단에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그런데 시청률을 의식했다면, 합창단을 기대하고 시청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가 된다. 그것으로 패밀리합창단이 필요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사람들은 얘기한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없다고.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앞만보고 달리다 보니, 우리가 겪었던 사연들도 쉽게 망각하고 돌아볼 여유조차 갖질 못한다. 우리가 왜 패밀리합창단에 출연한 참가자들에게 감동하는가.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을 그들의 통해 조우한다. 그것이 사연이든, 합창이든, 가족이든, 노래든, 꿈과 희망이든 말이다. 그들을 통해 잊고 있던 나와 가족 그리고 친구와 이웃을 돌아본다.

남격 합창단에 출연한 사람들은 시청자에게 눈물과 감동을 강요한 적이 없다. 그들은 최진실의 자녀 준희-환희남매의 말처럼 그저 노래가 하고 싶고 패밀리합창단을 통해 추억을 만들고자 나왔을 뿐이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그들을 지켜보고 응원할 필요는 없다. 사골이면 어떤가. 채널은 많고, 굳이 남격 패밀리합창단을 봐야 할 이유도 없다. 대신 패밀리합창단을 비난하거나 폄훼하진 말자. 누군가는 패밀리합창단에 참여해 꿈을 이루고 희망을 찾으며, 누군가 그들을 통해 재미와 감동 그 이상을 느끼고 받을 테니까.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 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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