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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춤 실력으로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것 아냐?'
고정 관념을 깨뜨린 싸이의 뮤직비디오가 유행처럼 번지며 다양한 패러디물로 재탄생되고 있다. 특히 그가 춘 '말춤'은 무수한 추종자와 관련 동영상을 양산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국내외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9일 경북 김천에서 열린 당내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대구ㆍ경북합동연설회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인용했다. "(저에게) 여러분의 힘을 모아달라. 대구 · 경북의 못다 한 꿈, 반드시 이루겠다. 요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고 있는데 들어봤나. 전국 모든 지역이 각자 스타일을 찾아야 할 때다. 대구는 '대구스타일', 구미는 '구미스타일', 안동은 '안동스타일'. 그렇게 각자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어 같은 달 13일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주자인 문재인 후보는 인파가 넘치는 점심 시간대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유권자들의 선거인단 참여를 호소하기 위한 '플래시 몹' 캠페인을 벌이면서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명동스타일'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그는 젊은이들과 함께 춤을 추며 '명동스타일'을 연출했다.
며칠 뒤 안상수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는 한 방송에 출연해 "제가 먼저 명동과 홍대 앞에서 (싸이의 말춤을) 췄다. 아이돌과 스튜디오에서 연습했다"며 '원조'임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또 민주통합당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모집에 '강남스타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서민스타일'이라는 문구가 적힌 배너 광고를 포털 사이트에 게재해 이색 공약을 앞세워 선거인단 모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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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제이 레노는 전날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와 관련, "롬니가 후보 수락 연설을 위해 무대로 나올 때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기 위해 이렇게 등장했다면 어땠을까"라고 말했고, 이어 화면이 전당대회 무대로 바뀌자 롬니가 '강남스타일' 노래와 함께 '말춤'을 추며 등장하는 모습이 그려져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는 전문 댄서의 춤에 롬니의 얼굴을 합성한 유머 코드였지만 미국에서도 싸이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박원순 서울 시장이 젊은이들과 함께 '말춤'을 추는 등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정치권에서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과거에는 인기 방송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선거 영상물이나 유명 가수의 노래를 개사한 선거송이 눈길을 끈 예가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거 캠프에서는 이 후보가 '무릎팍도사'를 찾아가 고민을 상담하는 내용의 홍보 영상물을 만들어 인터넷 선거운동에 활용한 바 있다. 또 트로트 가수 박현빈의 노래는 선거송으로 자주 쓰였다.
그런데 올 대선에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활용도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대중문화의 인기에 편승한 일회성 이벤트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이쯤 되면 싸이의 '말춤'을 누가 더 잘 추느냐로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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