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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손가락'은 '건반왕 김탁구'?…독창성 부재인가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2-09-03 08:30


'다섯손가락'은 '건반왕 김탁구'?

SBS 주말특별기획 '다섯손가락'이 지난 2010년 시청률 50%(TNmS 기준)를 돌파하며 막을 내린 KBS2 수목극 '제빵왕 김탁구'와 닮은꼴 드라마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다섯손가락'은 채시라, 조민기, 나문희 등 중견 연기자들과 아역들의 빛나는 호연에 힘입어 첫회부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최근 티아라 은정의 하차로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빠른 전개가 더해지면서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컨텐츠 자체의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자극적인 소재와 억지 설정으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위 막장 코드가 적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제빵왕 김탁구'와 등장인물 및 전개 구도에서 흡사한 점이 많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일부 시청자들은 "'제빵왕 김탁구' 시즌2를 보는 듯하다" "제빵업에서 악기제조업으로 업종만 바뀌었을 뿐 스토리가 거의 비슷하다" "제빵왕이 건반왕으로 바뀐 건가"라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사진제공=SBS
빵과 피아노만 다르고 다 똑같다?

실제로 '제빵왕 김탁구'는 출생의 비밀, 불륜, 패륜, 강간 등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도 막강한 통속의 힘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측면이 크다. '다섯손가락' 역시 이에 못지 않은 자극적인 요소들을 껴안고 있다. 비슷한 전개 양상을 띠는 것 또한 사실이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사생아의 등장이 우선 비슷하다. '제빵왕 김탁구'에서는 김탁구(윤시윤)가 거성식품 구일중(전광렬) 회장과 보모 김미순(전민선)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고, '다섯손가락'에서는 유지호(주지훈)가 부성그룹 유만세(조민기) 회장이 밖에서 낳아 데려온 아들이다. 또 이들이 그룹 후계자를 놓고 배다른 형제와 갈등을 빚거나 이를 둘러싼 가족간의 암투를 그리는 형식 또한 유사하다. 제과회사와 악기제조회사라는 기업 배경만 다를 뿐이다. 착한 사람이 결국 승리하게 된다는 전형적인 석세스(success) 스토리도 똑같이 내포하고 있다.


또 우발적인 살인 장면이 등장하는 것도 지적할 수 있다. '제빵왕 김탁구'에서는 김탁구의 친할머니 홍여사(정혜선)가 며느리 서인숙(전인화)과 한승재(정성모)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다투다 넘어져 머리를 다치지만 서인숙이 이를 방치함으로써 죽음에 이르는 장면이 그려졌다. '다섯손가락'에서는 채영랑(채시라)이 사생아를 그룹의 후계자로 지목한 남편 유만세와 몸싸움을 벌이던 중 남편이 뇌진탕을 일으켰고, 때마침 일어난 화재 현장에서 남편을 외면해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김탁구와 구마준(주원), 유지호와 유인하(지창욱) 등을 중심으로 한 극명한 선악 대비 구도와 전인화와 채시라가 그려내는 일그러진 모성애,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으며 절대 후각과 절대 음감을 지닌 주인공과 이들의 긍정적인 마인드까지 캐릭터적인 면에서도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사진제공=KBS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이를 두고 독창성을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많다.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는 지적과 함께 디테일한 부분에서 분명 다른 색깔을 드러낼 것이라는 것. 무엇보다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 등으로 복수극에 있어 남다른 전개 방식을 선보였던 김순옥 작가가 '다섯손가락'에서도 본인만의 강점을 살려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특히 시작부터 복수에 대한 복선을 깔아놓은 '다섯손가락'은 지금까지의 전개로 볼 때 적어도 '아내의 유혹'에서처럼 주인공이 얼굴에 점 하나 찍고 나와 벌이는 어설픈 형식의 복수극이 되지는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한 드라마 작가는 "'다섯손가락'이 '제빵왕 김탁구'와 인물이나 전개구도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베꼈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며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에서 남녀를 바꾸고 시대물로 한 게 '제빵왕 김탁구'라는 지적을 낳을 수도 있다. 그냥 흔하디 흔한 스토리 구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섯손가락'이 비록 자극적인 소재를 가미했지만 '제빵왕 김탁구'와 같은 중독성 있는 통속극의 힘을 발휘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끝까지 붙잡아 둘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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