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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흉흉하다.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하게끔 하는 사건이 잦다. 서울 여의도와 미아동, 의정부, 수원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일어났다. 여기에 여중생과 여고생 그리고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까지. 연이어 벌어지는 흉악한 범죄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요즘이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의 얘기를 들으면 이 영화가 흉흉한 요즘 세상에 대해 그린 영화란 것을 느낄 수 있다.
김 감독은 "돈 때문에 우리 가족이 해체되고, 그 안에서 구성원이 얼마나 혼란을 느끼는 지에 대해 그렸다. 한 번은 진단하고 치료해야 하는 현대사회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다. 현대사회에선 돈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이 90%가 넘는다고 생각한다. 폭력과 살인 사건도 그 뿌리로 가보면 빈부격차와 열등감 등이 있다. 이런 사회를 영화가 한 번 더 짚고 넘어가고 예술가, 언론인, 정치인 등 사회의 리더들이 역할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은 '수취인불명', '나쁜 남자', '해안선' 등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깊이있는 시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피에타'에서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웃사람'은 우리 주변에 잠재해 있는 범죄의 위험성에 대해 그렸다. 만화가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연쇄 살인범과 그를 막기 위한 이웃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 영화의 주연배우 중 한 명인 김윤진은 "너무 끔찍한 뉴스를 매일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이렇게 단절이 됐는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무관심에서 시작해 작은 관심이 하나, 하나 모여서 어린 소녀의 목숨을 살리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 진짜 필요한 영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 현실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낸 덕분일까. '이웃사람'은 개봉 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면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공모자들' 역시 흉흉한 현실에 대해 그린 영화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에서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장기를 적출하는 범죄 집단의 이야기를 다뤘다. 장기밀매란 소재가 독특하면서도 섬뜩하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2009년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의 장기 밀매 사건이 모티프가 됐다. 당시 납치를 당한 아내는 두 달 후 장기가 모두 없애진 채로 발견됐다.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은 취재를 위해 지하철 화장실에 붙어있는 장기 매매 광고지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직접 연락을 했다. 실제 장기 매매 브로커와 이야기를 나누고 전국 종합병원을 돌아다니는 등의 사전 조사를 통해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
김 감독은 "장기 밀매에 대해 한 번 이야기해보고 문제제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장기 밀매에 대해 모르는 사람, 아는 사람 모두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모자들'은 장기 밀매의 섬뜩한 현실을 사실적인 방식으로 그려낸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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