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여름, '변종 호러물' 판치는 이유는?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2-08-29 16:23 | 최종수정 2012-09-01 11:03


사진제공=MBC

여름은 공포물의 계절이란 말이 있다. 예전 오싹한 공포를 느끼게 해주는 호러드라마는 열대야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청량제 같은 시원함을 줬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옛말이 됐다. 올 여름은 공포 드라마의 레전드 격인 '전설의 고향' 시리즈 뿐만 아니라 공포물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공포물이라기 보다는 변종 호러물들만 판치는 여름이 왔다.

MBC 수목극 '아랑사또전'은 귀신 아랑을 소재로한 이야기다. 원작인 고전 아랑전설 역시 무서운 이야기라 자칫 '아랑사또전'을 공포물로 인식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하지만 공개된 '아랑사또전'은 공포물이라기 보다는 귀신을 내세운 트렌디드라마 같은 느낌이다. 옥황상제 유승호는 '꽃도령'에 가깝고 저승사자들의 활약도 무섭다기 보다는 액션극을 보는 듯하다.

여름에 빼놓을 수 없는 구미호는 올해도 등장했다. 하지만 사람의 간을 빼먹는 무서운 구미호가 아니라 사랑을 갈구하는 로맨티스트 구미호다. MBC 금요드라마 '천번째 남자' 말이다. '천번째 남자'는 구미진(강예원)이 999년동안 999개의 간을 먹고 나머지 한사람의 간을 기다리는 이야기다. 하지만 구미진은 1000번째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갈등한다. 더구나 그는 강남 에스테틱 연구실장이라는 직업까지 가지고 있다. 공포를 가장한 러브스토리라는 말이다. 올해 귀신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이 두드라마와 함께 지난 7월 방송한 KBS2 드라마스페셜 '안녕하세요 귀신입니다' 뿐이다. 이 단막극 역시 호러물이라기보다는 귀신 연화(박신혜)의 죽음을 비밀을 풀어가는 활기찬 미스터리 멜로물에 가깝다.


사진제공=웰메이드스타엠
이같이 공포물이 실종된 이유는 역시 시청률 때문이다. 지난 2010년 방송한 '구미호 여우누이뎐'이나 '전설의 고향' 시리즈는 기대에 못미치는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했다. 스크린에서도 공포물이 맥을 못추게 되자 '무서움'을 소재로한 장르는 안방극장에서 자취를 감춰버리게 됐다. 높은 제작비도 공포물이 사라지게 된 계기가 됐다. 왠만한 제작비로는 한껏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귀신이나 구미호는 버리기 아까운 이야기거리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장르의 바꿔서라도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앞으로 TV에서 공포물을 보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탄탄한 스토리와 완벽한 비주얼을 가진 공포드라마가 나오기란 쉽지 않은 시대가 됐다"며 "때문에 변종 호러물들이 자주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공포보다는 캐릭터들의 사연이나 미스터리 스토리에 집중한 드라마들이 드라마 제작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고 전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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