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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회 맞은 '놀러와', 다시 놀러가고 싶은 곳 될까?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8-28 16:26 | 최종수정 2012-08-30 13:51


사진제공=MBC

'놀러와'는 다시 놀러가고 싶은 곳이 될 수 있을까?

27일 대망의 400회를 맞이한 MBC '놀러와'가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04년 5월 토요일 예능 프로그램으로 출발해 지금의 월요일 심야 시간대에 자리잡기까지 9년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MC 교체나 포맷의 변화 없이 유지돼 온 프로그램 중엔 KBS1 '전국노래자랑'에 이어 두번째로 장수하고 있다.

'토크쇼' 하면 '놀러와'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고 시청률은 20%에 육박했다. '놀러와' 때문에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들은 한자리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조기 종영되곤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놀러와'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10% 가까이 벌어졌던 시청률 격차가 서서히 좁혀지더니 어느새 KBS2 '안녕하세요'에 1위 자리를 내줬고, 올해 초부턴 아예 꼴찌로 주저앉았다. 방송사 파업과 겹쳐 2%대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지난 20일엔 파일럿 프로그램 '반지의 제왕'에 안방을 빼앗기는 굴욕을 겪었다.

거듭된 부진과 위기 속에도 400회는 찾아왔다. 27일 방송된 400회 특집은 시끌벅적한 자화자찬 대신 9년의 시간을 찬찬히 돌아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놀러와'의 패널 활동을 통해 주목받게 된 박명수, 노홍철, 길을 비롯해 최다 출연자 윤도현과 최다 어록을 남긴 김태원이 초대됐다. 김태원은 자필 편지를 준비해와 뭉클한 순간을 선사했고, 방청석에 자리한 400명의 시청자들도 시종일관 따뜻한 미소와 박수로 축하를 건넸다. '놀러와' 또한 그간 프로그램을 아껴준 시청자들과 1900여명의 게스트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시청률 침체에 대한 고민은 프로그램 곳곳에서 묻어났다. MC 김원희는 "자축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유재석은 "프로그램은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요즘 다른 곳으로 가신 분들도 많다"거나 "위기는 늘 있었는데 잊어버렸을 뿐"이라는 유머러스한 말도 뼈아프게 들렸다. '해결의 책'에 손을 얹고 "'놀러와'가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박명수의 질문에 '모두가 궁금했지만 차마 묻지 못한 그 질문'이라는 자막은 제작진의 솔직한 자기반성이었다.

MC들도 몰랐던 깜짝 손님 송해를 통해 '놀러와'는 시청자들에게 약속과 다짐을 건넸다. 300회 특집에도 출연했던 '명MC' 송해는 두 MC에게 "시청자들과 시선을 주고 받으라"는 고언을 전했다. 송해가 400회 생일 선물로 가져온 미역처럼,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진짜로 필요하고 소중한 말이었다. 400회를 기점으로 재도약에 나서는 '놀러와'의 지향점을 엿볼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다음 방송까지 400회 특집을 내보내는 '놀러와'는 9월 10일부터 새 옷을 갈아입고 온다. 성인 남자들의 19금 토크를 표방하는 '트루맨쇼'와 다양한 장르의 가수를 초청해 공연을 꾸미는 '방바닥 콘서트'를 새롭게 만들었다. '골방'처럼 토크의 장소를 바꾸거나 '해결의 책' 같은 장치를 투입하는 대신 포맷 자체를 전면 손질했다. 32살에 만나 41살이 됐다는 동갑내기 단짝 유재석과 김원희는 '놀러와'의 10년을 향해 또 한 걸음 내딛는다.

부진이 길었던 만큼 명예를 회복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놀러와' 같은 9년차 장수 프로그램은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존재만으로도 '놀러와'의 400회는 축하받을 이유가 충분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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