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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와'는 다시 놀러가고 싶은 곳이 될 수 있을까?
거듭된 부진과 위기 속에도 400회는 찾아왔다. 27일 방송된 400회 특집은 시끌벅적한 자화자찬 대신 9년의 시간을 찬찬히 돌아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놀러와'의 패널 활동을 통해 주목받게 된 박명수, 노홍철, 길을 비롯해 최다 출연자 윤도현과 최다 어록을 남긴 김태원이 초대됐다. 김태원은 자필 편지를 준비해와 뭉클한 순간을 선사했고, 방청석에 자리한 400명의 시청자들도 시종일관 따뜻한 미소와 박수로 축하를 건넸다. '놀러와' 또한 그간 프로그램을 아껴준 시청자들과 1900여명의 게스트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시청률 침체에 대한 고민은 프로그램 곳곳에서 묻어났다. MC 김원희는 "자축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유재석은 "프로그램은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요즘 다른 곳으로 가신 분들도 많다"거나 "위기는 늘 있었는데 잊어버렸을 뿐"이라는 유머러스한 말도 뼈아프게 들렸다. '해결의 책'에 손을 얹고 "'놀러와'가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박명수의 질문에 '모두가 궁금했지만 차마 묻지 못한 그 질문'이라는 자막은 제작진의 솔직한 자기반성이었다.
다음 방송까지 400회 특집을 내보내는 '놀러와'는 9월 10일부터 새 옷을 갈아입고 온다. 성인 남자들의 19금 토크를 표방하는 '트루맨쇼'와 다양한 장르의 가수를 초청해 공연을 꾸미는 '방바닥 콘서트'를 새롭게 만들었다. '골방'처럼 토크의 장소를 바꾸거나 '해결의 책' 같은 장치를 투입하는 대신 포맷 자체를 전면 손질했다. 32살에 만나 41살이 됐다는 동갑내기 단짝 유재석과 김원희는 '놀러와'의 10년을 향해 또 한 걸음 내딛는다.
부진이 길었던 만큼 명예를 회복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놀러와' 같은 9년차 장수 프로그램은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존재만으로도 '놀러와'의 400회는 축하받을 이유가 충분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