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충무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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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이 캐릭터 중심으로 원작을 해체, 재구성했다면, '두 도시 이야기'는 브로드웨이 스타일을 따라 스토리 속에 캐릭터를 녹여내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다보니 극 초반 낯선 시대 상황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해 이야기의 맥을 잡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주인공인 변호사 시드니 칼튼과 프랑스에서 도피해온 귀족 찰스 다네이,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여인 루시 마네뜨의 삼각관계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몰입도는 상승한다.
결혼해서 딸을 낳은 찰스와 루시,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시드니의 다소 어정쩡한 삼각관계는 혁명이라는 혼돈의 시대 속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은 고조되고, 마지막 순간 시드니의 비장한 선택은 커튼이 내린 후에도 오래 여운이 남는다. '미스 사이공'에서 주인공 킴이 아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한 인간의 사랑이 얼마나 숭고할 수 있는지, 또 개인으로선 나약한 존재인 인간에게 거대한 역사의 태풍에 맞설 수 있는 위대함이 숨어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극의 중심 구조가 삼각관계임에도 1막에서 시드니가 루시에게 사랑을 느끼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옥에 티. 그럼에도 드라마와 궁합이 잘 맞는 뮤지컬 넘버와 배우들의 열연, 고전의 향기가 잘 어우러져 모처럼 뮤지컬 보는 맛을 일깨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10월 7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