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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 연애하고 의사도 연애하고 백수도 연애하고 '드라마에선 온통 연애만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안방극장에 거센 '남남풍(男男風)'이 불고 있다. 그 바람의 진원지는 MBC '골든타임'과 tvN '응답하라 1997'. 최근 종영한 MBC '닥터진'과 SBS '유령'에서도 남자들의 걸죽한 우정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랑은 아니지만 우정보단 조금 애틋한 '남남커플'의 화학작용이 남녀의 로맨스를 밀어내고 드라마의 필수 흥행 요소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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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종영한 '닥터 진'에도 우정과 대립을 넘나드는 '죽마고우' 김재중과 진이한이 있었다. 서자로 태어나 가문을 위해 기꺼이 이용당하는 김경탁(김재중)과 조선의 개혁을 꿈꾸는 홍영휘(진이한)는 끝내 서로에게 칼을 겨눠야 하는 운명에 처했지만 한번도 그 칼을 휘두르지는 못했다. 팽팽히 맞서면서도 눈빛에 일렁이는 처연함은 차라리 사랑에 가깝다. 김재중도 인터뷰에서 "내가 봐도 두 사람의 표정이 묘하다"며 "마지막회에 영휘가 죽음을 맞이한 경탁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장면을 찍는데 주변에서 슬프기는커녕 예뻐보인다고 하더라"고 말했을 정도다. '닥터 진'에 출연하기 전부터 친했던 데다 촬영장에 같은 차로 이동하면서 틈틈이 대본을 맞춰보기도 했다고 하니, 둘의 같한 우정이 캐릭터를 통해 재현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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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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